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난 후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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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고단했던 그 해 겨울노동은
깊은 피로의 늪에 빠져 잠행을 시도한다
밤에서 새벽까지 설원으로 간다
쓰러진 밤에서 일어나는 새벽까지
우리들 가슴마다 배반감으로 인한
불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십대의 좌절은
이 밤 더욱 짙게 상처를 파먹고
내일 밤이면 오늘밤보다
상처가 더 깊을 것이라는 자정의 암시들
하지만
다시 잠행을 하리라
우리시대의 유배지
이 척박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쓰러지는 눈발 속으로 쓰러져 내리고
쓰러져 내린 피와 살은
겨울바람과 겨울바람 사이를 흘러
아픔 속으로 흘러
설원으로 가리라
이 설원에서
우리는 한 그루의 겨울나무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