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그 겨울의 끝으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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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터져
시퍼런 날이 선 칼날처럼
부르르르 떨고 있는
겨울하늘
그 지평을 한 바퀴 선회하여
첨탑으로 추락하는
날개를 접은
새
새는 붉은 십자가에 갇힌다
새들은
이제 다시 하늘을 날지 못 하리라
추락이 두려운 것은 아니야
다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슬플 뿐이야
겨울바다 그 칼날에
우리는 가슴을 도려내며
서러운 수부가 되어 침몰되어 가고 있다
그 해 겨울 내내
병명을 알 수 없는 깊은 병에 걸려
열병을 앓아야만 했다
그리하여
겨울바다의 칼날에 가슴을 도려내고
산산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