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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6. 2018

변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그대에게

변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그대에게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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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궁이 무너져 내린다

사내의 억센 팔뚝에 잡혀

오늘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 밤

어이 없이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 동안에 간직해온 순결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꽃은

허망해 하면서 지고 있다


그믐 밤 자정에

내가 슬픈 것은

단지 그대가 강간당했다는 사실이 

슬픈 것은 아니다

그 후에

그대는 어느 길을 갔느냐


변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그대 

그래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런 일은

변절이 아닐 수도 있을 거야


지상에서 지하로 

먼 길을 가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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