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에서 수부는 2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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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수부는
가슴속에 오래된 묵은 체증
훌훌 털어 날려 보내듯이
어장 그물의 먼지를 털고
깊고 깊은 바다 속에서
남모르게 기생하던 부패한 해초
그 역겨운 냄새들을
다시 저 푸른 바다로 돌려보내는
도리깨질을 반나절 동안 계속하였다
때리면 때릴수록 일어나는
질긴 우리네 인생처럼
바다 깊은 곳 어둠 속에 몇 개월 동안
물에 잠겨 있다 끌어올린
젖은 그물은
동해의 겨울햇살과 겨울바람에 말라
늙은 수부의 도리깨질로
묵은 때를 가볍게 벗어던지고
다시 살아 오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