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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5. 2018

저문 새벽을 위하여

- 방훈

저문 새벽을 위하여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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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江 너머로 

멀리 달아난

인부의 싸늘해진 체온


이른 새벽, 

불어온 찬바람에

믿음의 열매들이 

어둠 속에 잠들어 버린

그해 초겨울 무렵


늙은 인부의 

구멍 뚫린 가슴 속에서

평생 내내

짓밟힌 허리를 타고

휘어진 척추로 남은 빈 인생


공사판에서 잔뼈가 굵어

건물의 뼈대에 갇혀버린

인부의 부러진 허리는

세상의 어둠에 다시 부러지고


노임을 받는 순간에도

벼포기 동강나듯 싹둑 베어져

인부의 노동은

몇 놈만의 선진조국을 위해

또 다시 부러진다


자본의 칼날로 깎아내어 지는

내 어버이의 

투박한 손등


그 오랜 세월, 그리고 오늘도 

헐벗은 육체로부터

붉은 피 자욱한 생살을 도려낸다


인부는 오늘도 

저문 새벽녘을 걸어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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