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방훈

by 방훈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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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무게보다 무거워진

젖은 그림자가

내 등을 누른다

강을 건너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

아직 젖지 못한 자들을 위해

비는

줄창 내리고 내리고 있었다


떠나야 하지만 떠나지 못한 자들은

아픈 후회들만 남긴채

하나둘 비속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거만한 자

마른 자들은

젖지 않으려 어디론가

서둘러 분주히 달려가고

역의 한 귀퉁이에서

과일을 파는 늙은 노파와

찢어진 신문지를 깔고 앉아있는 노숙자들은

비에 젖어

어둠에 젖어

아픔이 깊어진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관심을 잔뜩 머금은

불투명 유리속의

시계는

子正


나는 어디로 갈까

고단한 내 육신은

어둠에 고삐 매어

몸부림치면서

세상에 의하여 어디론가 끌려간다


어둠은

늘 그렇듯이

음흉한 이빨을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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