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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5. 2018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방훈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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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무게보다 무거워진 

젖은 그림자가 

내 등을 누른다

강을 건너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

아직 젖지 못한 자들을 위해 

비는 

줄창 내리고 내리고 있었다


떠나야 하지만 떠나지 못한 자들은 

아픈 후회들만 남긴채

하나둘 비속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거만한 자 

마른 자들은 

젖지 않으려 어디론가 

서둘러 분주히 달려가고  

역의 한 귀퉁이에서 

과일을 파는 늙은 노파와

찢어진 신문지를 깔고 앉아있는 노숙자들은   

비에 젖어

어둠에 젖어  

아픔이 깊어진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관심을 잔뜩 머금은 

불투명 유리속의 

시계는 

子正 


나는 어디로 갈까 

고단한 내 육신은 

어둠에 고삐 매어

몸부림치면서   

세상에 의하여 어디론가 끌려간다 


어둠은 

늘 그렇듯이 

음흉한 이빨을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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