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훈 Apr 05. 2018

안개의 마을에서

- 방훈 

안개의 마을에서 

- 방훈 

.

.

.

.

.

출근길, 습관적으로 눈을 감으려 한다

그러나 피곤에 지친 몸은 

늘 나의 삶을 구겨버리고  

오늘도 구겨진 一生의 하루를 

더 구겨버린다 


서울에서 꽤 먼 신도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탄 사람들은 

무엇인가 열중하는 듯이 

아니면 

무엇인가에 얼이 빠진 듯이 저마다 앉아있다 


오늘도 

서울로 가는 길은 

짙은 안개가 점령하고 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달리는 속도는 점점 더 떨어지다가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한다  


저마다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안개에 가린 

길을 쳐다보지만  

실상 우리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의 마을에 

어느 사이엔가  

발이 묶여버렸다


저마다의 작은 소망마저도 

안개의 마을에 버려야 하는 

우리네 삶은 

오늘 더욱 초라해져 간다


안개의 두께를 

나날이 더욱 두껍게 하는 

저 보이지 않는 손길은 

오늘도 안개를 대량생산하여 

안개의 마을 시민들에게 강매한다  


이 안개의 마을 시민들 중에서 

어느 누구 하나도 

안개의 그늘을 벗어날 순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마음을  읽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