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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7. 2018

서울의 광화문에는 섬이 하나 있다

- 방훈 

서울의 광화문에는 섬이 하나 있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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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광화문에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들 금시초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섬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통로를 차단한 채 

선택된 몇몇만이 드나들 수 있는 섬입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커지는 

거대한 섬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살던 원주민들 죄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선택된 자들만이 몇몇 있을 뿐 

아무도 살지 않는 그냥 

덩그렇게 철근 구조물만이 세워져 있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 섬은 

오랫동안 노래하지도 않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죽은 섬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사라져야할 나쁜 악령들이 모여 

떠도는 섬인지도 모릅니다 


앙상한 철근 구조물 사이로 헛헛한 바람이 빠져 나가고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몇 안 남은 철새들이 

빠져나갈 뿐입니다


철근 위에 철근이, 

철근 아래 철근이 


섬에 있는 철근구조물은 날이 갈수록 

한층 더 거대해지고, 높아지고 

하늘 위 구름까지 치솟아 구름위로 오르려 합니다


철근구조물에서 뿜어 나오는 회색연기는 

우리의 하늘을 거칠게 침입하는 침략자 같습니다 

마치 성경 속에 나오는 거대한 바벨탑 같습니다


문득 

어느 길가에서 무너져 내려 

다시 일어서지 못한 탑을 보는 것 같아 긴장감이 사로잡습니다


섬을 바라다보는 것도 가뜩이나 불안한데 

그곳에 세워진 완벽한 철근구조물이 

더욱 더 불안하게 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쓰러지기 직전에, 

꺼지기 직전에, 

추락하기 직전에 

파드득거리는 찰나의 찬란함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려야할 눈이 내리지 않고

무너져야할 것이 무너지지 않는 

새롭게 세워져야 할 것들이 세워지지 않는 

현실의 모순들 속에서 더욱 더 안타까워지고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이 세운 거대한 철근 구조물은 

우리의 섬을 밟고 서 있습니다 

섬은 그 무게에 짓눌려 간간이 비명소리를 지릅니다

어떤 날은 신음소리를 내며 서럽게 울면서 밤을 지새웁니다


서울의 광화문에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 옛날에는 우리 것이었지만 

지금은 빼앗긴 섬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합니다


서울의 광화문에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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