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훈 May 09. 2018

상실의 바다  

- 방훈

상실의 바다 

- 방훈




밤이 잠들지 못 하는 그날 

회색도시 그 안에 있는 

상실의 바다에서 

자그마한 목선을 탄 

어부가 되어 

자정의 밤을 투망(投網)한다 


그러나 어둠은 

구멍 난 헌 그물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기습을 해 왔다 


어둠은 어둠을 낳아 

칠흑 같은 어둠을 키우고  

길을 알 수 없는 

항해가 시작되었다


바다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지만 

상실의 바다에서  

섬으로의 귀항(歸港)을 꿈꾸면서 

아픔 한 가마니를 

척추 뼈 부러진 등에 짊어지고 

등대도 없는 어둠의 바다를  

격랑에 흔들리면서  

항해한다 


밤이 잠들지 못 하는 

그날 



매거진의 이전글 봄을 보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