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상실의 바다
- 방훈
밤이 잠들지 못 하는 그날
회색도시 그 안에 있는
상실의 바다에서
자그마한 목선을 탄
어부가 되어
자정의 밤을 투망(投網)한다
그러나 어둠은
구멍 난 헌 그물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기습을 해 왔다
어둠은 어둠을 낳아
칠흑 같은 어둠을 키우고
길을 알 수 없는
항해가 시작되었다
바다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지만
상실의 바다에서
섬으로의 귀항(歸港)을 꿈꾸면서
아픔 한 가마니를
척추 뼈 부러진 등에 짊어지고
등대도 없는 어둠의 바다를
격랑에 흔들리면서
항해한다
밤이 잠들지 못 하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