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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0. 2018

겨울나무가 겨울등대에게

- 방훈

겨울나무가 겨울등대에게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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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눈발이 거세다

나무들도 무거운 눈을 짊어지고
겨울을 버티고 있었고
그 길을 걷는 나도
겨울나무 한 그루

겨울에 우는 새 한 마리가
말을 전하면서
겨울나무 사이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 이 겨울 한 복판에 서 있는 겨울나무는
  먼 길 떠나는 새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안식처예요

드센 눈발, 겨울나무 사이를 걸어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네 시,
아직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유배달부를 만났다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있고
퍼붓는 눈발을 온몸으로 맞아
눈사람이 되었지만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마른 우유배달부
그는 성난 눈발 사이에 서 있는
겨울등대 같다

그에게
겨울새가 전해준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 성난 눈발, 세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그대는
  먼 항해 떠나는 배들을  
  안내해 주는 등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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