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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1. 2018

몽돌해변에서

- 방훈 

몽돌해변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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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던 사람들을 피하여

이른 봄날, 사람들이 없는 자갈로 가득한 해변에 갔다

그날따라 해변의 심술궂은 구름은

봄인데도 많은 비를 뿌렸고 세찬 바람까지 몰고 왔다

비와 바람, 그리고

파도의 아우성으로 해변이 가득 찼다


그 해변의 자갈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고

파도에게 온몸을 내주며

오늘도 어김없이 상처를 받고 있었다

온 몸이 흔들리고 부딪혀도

상처를 피하지 않았다

그런 아우성에도 

자갈들은 온 힘을 다해

자기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 사이에서

그들은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처를 보듬어 진주조개가 진주를 품듯이

자신의 상처를 품고 있었다

상처입고 다시 상처 입는

그 과정을 수도 없이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상처를 입고 보듬어야만

그리 날카롭던 돌들이

저렇게 아름다운 곡선을 갖게 될까?


자갈로 가득했던

그 황량한 해변을 떠날 때까지

내 마음에서도 파도가 계속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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