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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1. 2018

봄날, 진 꽃을 슬퍼하다

- 방훈

봄날, 진 꽃을 슬퍼하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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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구름이 몰려온다

구름이 비바람을 뿌리며 봄꽃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짧은 봄날의 아름다움 조차도 

심술궂은 신(神)은 온전하게 허용하지 않았다


비바람에 땅에 떨어진 봄꽃을 하나 주어 들었다

봄꽃은 찢어지고 밟혀서

이제는 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꽃은 어쩔 수 없이 

처참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였다


꽃보다는 내가 화가 났다

제대로 피지도 못한 꽃들을 지게 하는

그런 존재(存在)들에게 화가 났다


처참하게 망가진 봄꽃을

비바람을 불러온

검은 그림자에게 온 힘을 다해 전하려 했다

그러나 곧 지상으로 추락할 뿐

그림자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그림자는 늘 그랬다

내가 온 힘을 다해도

늘 그에게는 다가갈 수 없었다


봄꽃을 다시 주어 들었다

꽃은 전보다 더 처참하였다

이번에는 검은 그림자가 아니라

내 시린 가슴에다 그 꽃을 전했다

검은 그림자에게는 근처에도 갈 수 없었지만

내게 전한 그 꽃은

내 폐부를 뚫고 들어와

비명 지르게 했다


그러나 

비명은 목구멍에 걸려

넘어오지 못했다

나와야 하지만 나오지도 못했던

매장된 비명이

가느다란 신음이 되어 흘러나왔다




-

거대한 힘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목숨을 잃은

수 많은 억울한 사람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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