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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6. 2018

뒷골목에서 그를 보았다

- 방훈

뒷골목에서 그를 보았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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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형체만 흐릿할 뿐

달빛조차 지상에 내려앉지 못하는

캄캄한 밤


아픈 겨울밤은 혹한

어둠 내린 도시의 변두리 뒷골목에는

취객들과 밤고양이들만 다닐 뿐 

쓸쓸하다


바람이 분다

버려진 빈 캔들이 울부짖는다

바람이 무서워 떨고 있는

낡은 간판들이 비명을 지른다

찢어진 현수막이 

깃발 되어 아우성 친다 

이것들의 불협화음이

변두리 뒷골목을 장악한다


그 길을 걷는 메마른 사내의 마음은

불협화음 속에서 흔들렸다

찢겨진 사내의 마음들이

땅에 떨어져 여기저기 뒹굴며

사내를 떠나갔다


사내가 애원의 눈길로 세상을 쳐다보지만

고작 지나다니는 취객들은 그를 쳐다보지 않는다

사내가 있는 힘을 다하여 손을 내밀지만

두꺼운 코트를 입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다


사내는 두려움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어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허수아비가 되어갔다


세상은 

온갖 불협화음으로 난리를 쳤지만

사내는 고요했다

너무나 고요해

그가 지상에서 사라진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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