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다시 겨울을 앞두고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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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두고 있다
다시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낡은 외투를 걸치고
시대의 불안을 가슴에 선적하고 떠나야만 한다
몇 가닥 남은 의식의 실오라기들은
엉킨 매듭처럼 미로에 갇혀 헤매고 있다
앞날을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이 길,
내일이라는 두려운 시간 속을 횡단하여야 한다
도착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쓸쓸한 여행,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니
내 등이 구부러질 것만 같다
무거운 그림자가
내 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나는 이 도시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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