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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그리움을 불러오고

- 방훈

by 방훈


바람이 불어 그리움을 불러오고
- 방훈




바람이 불어
바람이 불어
나는 아직도
이 들판을 걷고 있어

바람 앞에 당당히 섰던
그는 나에게 영웅처럼 보였어
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그는 떠났어
나의 스승이었고
나의 별이었던
그런 그가 떠났어

어둠 속에서
그의 숨결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비밀도 볼 수 있었어
그가 움직이면서 남긴 발자취들은
어두운 밤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의 말들은 물방울처럼 빛났어

그러나 이제 그가 남겨 둔 어떤 것도
빛을 잃었어
아니 내가 빛을 잃은 거겠지
빛나는 별도 영롱하였던 물방울도
희미해져갈 뿐
이제는 아무 것도 아니야

바람이 불어
그나마 바람으로 인하여
그를 기억할 수 있어
바람은 기억을 실어 나르고
우리가 들판에서
바람 속에 서 있던 그날을
떠올리게 해주었어

바람이 불어
바람이 불어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또 다시 나아가겠지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도
바람이 동무하여
슬픔으로 내달린 길에서
끝없이 나아가겠지

바람이 불어
바람이 불어
나는 아직도
이 들판을 걷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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