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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목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 방훈

by 방훈


그래도 고목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 방훈





초록빛으로 온통 물들었던
내가 어렸을 때
세상은 무지개빛이었다
가장 많이 녹이 쓴
세상이 버린 고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집마당에 그 고물들을 숨기며
나에게는 보물이 되었다

초록빛은
붉은 빛이 되었다가
회색이 되고
이제 세월이 흘러
가장 아끼던 보물들도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집마당에 숨겨둔 보물은 물론
내 마음에 있는 소중한 것도
그냥 쓰레기가 되었다

초라하게 변해
내가 세상에서 고물로 취급되었을 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 마음속에서 사라진
보물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집을 찾아갔으나,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유년의 집을 찾아갔지만
이제 모두 아파트의 숲으로 바뀌고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아직도 남아서
그 자리를 지키며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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