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른다

- 방훈

by 방훈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른다
- 방훈







아직 남아 있었다
내 오랜 친구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그 친구는 그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큰 거인이 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 나와 같은 키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내 키의 열 배도 넘는 것 같았다

그런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주는
넉넉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야단을 맞고
집을 나와 울먹이고 있을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

세상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오는 날에도
기꺼이 나에게 팔을 내어주고
등을 내어주었던
친구

그 친구를
아주 오랜 만에 다시 만난 후에
나는 때때로 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언제나 웃음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세상의 변두리로 쫓겨나
잉여인간 취급을 받으며
모멸감에 온몸을 떨 때나
그리고 내 마음이
슬픔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나
나는 그 친구를 찾았고
친구는 기꺼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
그 친구는
모든 것을 내어주기만 하는 존재였다

오늘 밤에 그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르고
내 등으로도 별빛이 흐른다




9_812Ud018svckm9nw5rgszo5_qmuksn.jpg?type=e1280_st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