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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2. 2018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른다

- 방훈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른다  
- 방훈







아직 남아 있었다
내 오랜 친구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그 친구는 그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큰 거인이 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 나와 같은 키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내 키의 열 배도 넘는 것 같았다 

그런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주는 
넉넉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야단을 맞고 
집을 나와 울먹이고 있을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

세상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오는 날에도 
기꺼이 나에게 팔을 내어주고
등을 내어주었던 
친구

그 친구를 
아주 오랜 만에 다시 만난 후에 
나는 때때로 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언제나 웃음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세상의 변두리로 쫓겨나 
잉여인간 취급을 받으며 
모멸감에 온몸을 떨 때나 
그리고 내 마음이 
슬픔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나  
나는 그 친구를 찾았고 
친구는 기꺼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
그 친구는 
모든 것을 내어주기만 하는 존재였다

오늘 밤에 그 친구의 등으로 
별빛이 흐르고 
내 등으로도 별빛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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