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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2. 2018

그 벽의 풍경

- 방훈 


그 벽의 풍경 
- 방훈 





담쟁이들이 
빨간 벽돌을 타고 올라
수채화 풍경처럼 보였던 
벽(壁)

오늘  
내 마음의 풍경을 보려 
그 벽에 왔다 

그러나 
벽에도 겨울이 왔다 
벌써 추위는 뼈까지 스며 들어 
벽의 풍경을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잎이 무성한 시절에는 몰랐던  
낡은 벽돌의 골격들이 드러나고 
세월의 상처들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그 벽의 
담쟁이들도 말라붙어
겨울을 인내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 벽의 풍경에 
겨울이 왔듯이 
나에게도 차가운 계절이 다가왔다 

나도  
초라한 골격을 다 드러내고 
상처의 흔적도 
고스란히 보여주며 
버텨야 한다 

푸르던 담쟁이가 
겨울을 이기려 모든 잎 다 떨어뜨리고 
습기 한 점 없이 앙상하게 말라 준비하듯
나도 앙상한 가지가 되어 
세상이라는 벽에 
붙어있어야만 한다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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