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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벽의 풍경

- 방훈

by 방훈


그 벽의 풍경
- 방훈





담쟁이들이
빨간 벽돌을 타고 올라
수채화 풍경처럼 보였던
벽(壁)

오늘
내 마음의 풍경을 보려
그 벽에 왔다

그러나
벽에도 겨울이 왔다
벌써 추위는 뼈까지 스며 들어
벽의 풍경을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잎이 무성한 시절에는 몰랐던
낡은 벽돌의 골격들이 드러나고
세월의 상처들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그 벽의
담쟁이들도 말라붙어
겨울을 인내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 벽의 풍경에
겨울이 왔듯이
나에게도 차가운 계절이 다가왔다

나도
초라한 골격을 다 드러내고
상처의 흔적도
고스란히 보여주며
버텨야 한다

푸르던 담쟁이가
겨울을 이기려 모든 잎 다 떨어뜨리고
습기 한 점 없이 앙상하게 말라 준비하듯
나도 앙상한 가지가 되어
세상이라는 벽에
붙어있어야만 한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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