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에서 우리는

by 방훈

겨울바다에서 우리는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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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늙은 수부(水夫)의 상처 입은 손은

오늘

심하게 떨리고 있다

늙은 수부(水夫)는 쓰린 속을 달래려

막소주를 한 대접 가득

차가운 내장에다 쏟아 붓는다

폭풍주의보는 며칠째 계속되어

배는 벌써 며칠째 출항하지 못한 채

밧줄에

목이 걸려 있다


2


흉어는 몇 년째 계속되어

늙은 수부는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면서

지친 가슴속

가녀리게 만선을 꿈꾸고 있다

늙은 수부는 간절하게 바란다

바다에 출항하기를……

그러나 출항은

언제쯤이나 할 수 있을런가?


3


수부는

며칠 전에 손질하여 배에다 선적한

그물을 살핀다

빈틈없는 그물을 만지며

쓰러져 누운 가슴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 쓴다

그러나 수부의 마음은

더욱 기진맥진해질 뿐이다

쓰러져 내린 가슴을 굽은 등에 짊어지고

포구의 해변을 걸어 귀가할 때

늙은 수부의 등은

어둠이 덥석 베어 물고

저녁이 깊어간다


4


오늘도 출항을 하지 못했는데

파도는

잔잔해질 줄을 모르고

배반의 바다는

겸손해질 줄을 모르고

더욱 사나워져

몸부림치며, 아우성치며

밀려오고, 끝 간 데 없이

늙은 수부에게로 밀려오고 있다


5


늙은 수부의

잠은

밤새 계속되는 파도소리에 설치고

밤새 계속되는 가슴앓이로 설친다

수부의 머리맡에는

그 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작살이

녹슨 항복으로 놓여있고

쓰러져 내린 가슴이

녹슨 작살에 걸려

버둥거렸다


늙은 수부의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헛헛한

바람 몇 줌이

다시

포구의 새벽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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