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도 시댁에서는 내가 우울증에 공황장애 중 하나인 공황발작, 광장공포증이 있는 줄 모른다. 왜? 남편이 말을 안 했으니깐.
왜 말을 안 하는지, 왜 알리는 것을 꺼려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오늘 물어봤다.
그 '여러가지'라는 건 뭘까? 굳이 알려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내 병 때문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나는 설명조차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르는 부분이, "밖에 나가면 되는데 왜 못 나간다는 거야?" 남들은 나갈 준비 싸-악 하고 현관문 나서는 것이 쉬울 수 있으나 우울증인 사람들은 그게 무엇보다도 힘들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나갈 일들을 만들어 놓기까지 한다. 그것도 상태가 좋으면 가능한 일이다.
화요일에는 피아노 레슨, 수요일에는 심리상담, 금요일에는 정신과, 일요일에 성당. 그러면 나머지 요일은? 그냥 집에만 있는거다. 일을 하더라도 나가서 할까? 카페를 가볼까? 하다가 금새 제자리에 주저 앉아버린다.
그래서 정신과 선생님이 제일 많이 해주셨던 말이 "운동 하세요. 운동이 싫으면 산책이라도 하세요." 그리고 그 다음 진료때 항상 확인 하신다. "운동 하세요?"
전에는 쭈뼛쭈뼛 하면서 대답 했으나, 이젠 나도 9년차 환자. 아주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선생님 저 운동 시작했어요!"라고 먼저 자랑하듯 말했다. "골프연습장까지 30분 가량 걸을 수 있고, 가서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운동이여서 너무 좋아요."
그런데 내가 우울증인 것을 밝히지 않으면 이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설명이 왜 필요하냐고? 피아노 레슨, 심리상담, 정신과... 친정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주유비를 들여가며 운전해서 가기 때문이다.
하루에 몰아서 한꺼번에 일처리를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난 나머지 요일은 그냥 집콕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책하고 그러다 자존감 낮아지고 자격지심 생기고....
내가 환자여서 그래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사람 많은 곳은 못 가며, 억지로라도 나가기 위해서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어서 나름 터득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 받고 싶다.
우울증이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공감은 못 받아도 이해는 다 못해주더라도 끄덕임은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