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필요시에 먹는 약이 아니다
점심에 고정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이다.
매일 점심때 마다 먹어도 될까요?
오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선생님, 즐거움과 즐거움 사이
그 틈사이가 슬퍼요.
틈틈이가 슬퍼요.
며칠 전에 친구랑 셋이 만났어요.
무척 즐거웠는데요.
한 친구가 먼저 갔는데 그 틈이 슬펐고
남은 친구와 1시간 뒤에 헤어지고 슬펐어요.
2~3일에 한번은 눈물 그렁거리며 울어요.
필요시에 먹으라고 주신약
매일 먹어도 될까요?
불안하고 슬프고 감정 오락가락 할 때
가슴 콩닥거릴 때마다 먹었는데
점심때 고정적으로 먹어도 될까요?"
의사선생님
"드셔도 돼요. 괜찮아요.
그리고 많이 움직이시고 많이 걸으시고 운동 꼭 하세요.
햇볕도 좋잖아요."
이리하여 우울증 9년차에 처음으로
아침, 점심, 저녁 약을 매일 먹게 되었다.
병원 진료 끝내고 미용실에 들러 염색을 했더니
기분 전환되어 좋았고
안 읽는 책 알라딘에 팔고
바로 옆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는 책을 고르는데
그 생각의 틈사이로
'왜 즐겁다가 슬퍼지지?
즐거우려고 너무 애쓰나?'
서글펐고 교보문고에서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당황했다.
요즘 참...청승이다.
그래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괜찮다.
괜찮다고 생각하자.
이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생과 친구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