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조조 모예스)

나를 위한 책

by Bwriter

중3 여름에 내 인생 처음으로 할머니와 떨어져 지내야했었다. 할머니는 큰 고모 집에서 우리는 우리끼리. 처음이었다. 중3이었나? 고1이었나? 언제였드라? 계절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날 나와 동생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고모네 집으로 갔다. 고모는 성북동의 큰 집에서 살고 있었고 그 동네는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이었다. 그때 고모는 유학보낸 아들과 딸을 만나러 미국으로 갔었고, 그 시점에 할머니를 만나러 고모네 집으로 갔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루 잤었나? 동생과 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 할머니는 비탈길의 밑, 길상사 가는 갈림길 까지 걸어 내려와서 우리를 배웅했었다. 그렇게 우리를 배웅해주던 할머니는 그 비탈길을 혼자 올라갔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쓰였었는데, 그때 할머니가 동생과 내 손에 작은 동전 지갑 두 개를 각자 하나씩 주셨다. 할머니가 모았다고 하면서.


그 지갑 안에는 500원짜리 동전이 가득했었다. 그 동전 지갑을 받아든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때의 그 뭉클함과 가슴저밈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까?


할머니는 다시 돌아가면 딸없는 큰 집에 큰 강아지와 함께 둘이서만 지내야했다. 고모가 돌아올 때 까지. 그렇게 할머니를 두고 가야 하는 그때의 내 마음은 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그 동네에는 사람도 다니지 않으니 얼마나 쓸쓸할까 싶고...


드 위트 부인과 루이자의 헤어짐을 보면서 나는 우리 할머니 나여사가 생각났고, 루이자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의 루이자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나여사와 내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가 늘상 있어야 하는 자리에 없는 공허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누워서 지내지만 마음으로는 든든했던, 내 마음이 기댈 언덕이었던 할머니가 없는 허무함을 루이자의 엄마가 겪고 있었다. 더 이상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 모습 마저도 나를 보는 듯 했다.



할머니이기 때문에...


할머니이기 때 문에 보이는 것들, 드 위트 부인은 그 나이가 되니 보이는 것들을 루이자에게서 보았고 고프닉과 아그네스에게서 보았다. 그녀의 지혜로움이 루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루이자는 그런 그녀를 자신의 친 할머니처럼 그리고 '미 비포 유'와 '애프터 유'에서 보았던 것 처럼 애정을 듬뿍 담아 마음으로 다가서며 자신의 마음을, 사랑을 나눠주며 더 큰 마음과 사랑이 되도록 만들었다.


루이자가 일하는 집의 윗 집에 살고 있는 드 위트 부인은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고, 루이자가 일하는 집의 주인인 고프닉과 아그네스를 경멸하듯 싫어하고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싫어한다. 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고 고집불통에 일방적인 말(대화는 아니다)로 경고를 날리고 성질을 내는 그녀이지만 루이자와 함께 살게 되면서 드 위트 부인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진짜 마음과 지혜가.


예전에 김제동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노인 한 분은 도서관 하나와 같다'라고. 나는 이 말을 드 위트 부인을 보며서 다시 떠올려봤다. 그녀는 독불장군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저 '처럼 보이지만'일 뿐, 독불장군이 아니었다.


드 위트 부인도 여지없는 할머니였고 어머니였다.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손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손자에 대한 할머니만의 그 특유의 사랑이 보였고, 처음으로 아들과 남은 여생을 살기로 결정내리면서 루이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둘이 함께 몇 달을 살아 온 룸 메이트가 아닌 친구간의 우정이었고, 할머니로써 갖는 루이자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내 마음이 더 갔던 것 같다. 우리 나여사가 생각나서.


루이자와 드 위트 부인이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떠날 때, 난 왜 그렇게 내 마음이 뭉클했는지 왜 이런 요상한 마음이 들지?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게 다 우리 나여사 생각 때문이었던거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500원짜리가 차곡차곡 가득 들어 있는 동전 지갑을 받고 헤어졌던 그때가 아련하게 남아서...



이 책은 나를 위한 책...


'미 비포 유', '애프터 유'를 읽으면서 루이자를 힘껏 응원했었다. 그녀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고 사랑도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했었는데, 그것들은 이 책을 마무리로 이뤄진듯 하다. 다만, 그러너 루이자의 인생보다 내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던 할머니와의 추억을 꺼낼 수 있게 된 점이 나는 더 좋다.(좋았다가 아닌것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거니깐.)


그래서. 이제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루이자의 사랑과 루이자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할머니에 대한 책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내 할머니를 볼 수 있는 책이 된거다. 나를 위한 책 말이다.






● 먼저 자신을 알고, 그런 다음 합당하게 자신을 꾸미라. - 에픽테토스
● 아무도다 가질 순 없는 법이다.


● "누굴 위해서? 유니폼이라도 있나? 왜 자신의 모습으로 가면 안 되는거지?"
"저는......"
"멍청한 이들이라 자기들과 다르게 입은 사람이랑은 어울리지 못하나? 왜 네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굴어야 되지? '그' 여자들처럼 되고 싶어?"


● 삶이 저절로 펼쳐질 때까지 순간 속에서 단순히 존재하기로.
● "별것 아닌 자존심을 지키느라 아픔을 안고 살 수도 있고, 그걸 버리고 얼마가 됐든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누릴 수도 있어."
● '남들이 생각하는 충만한 삶을 살지 말고 내 꿈을 이루는 삶을 살라'고.






스틸미stillme_조조모예스_jojomoyes.jpg 스틸 미 - 조조 모예스



[2019.08.10 - 2019.09.18]


- 보고싶은 내 할머니, 그리운 나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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