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한강)

할머니의 그 하얀 웃음

by Bwriter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이 문장이 이 책의 전부를 말해준다. 누구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삶이라서 인생은 공평하기도 하고 불공평하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작가 한강은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베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 라고 말하고 있다.


'흰'이라고 하여 순백의 그것만 생각 했지, 아픔과 슬픔과 공허함과 허무함을 담아낼 줄은 몰랐기에 처음을 읽어가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복잡한 듯 하면서도 단순하게 표현한 작가의 글에서 '흰'이 주는 견고한 느낌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하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아마) 그녀의 모국어에만 있다. 아득하게, 쓸쓰랗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 내 할머니의 하얀 웃음이 그랬었다.


연세가 드실수록 하얀 웃음이 아득했고 쓸쓸했고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많이 아렸었다. 그 하얀 웃음 조차 짓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내 마음도 부서지는 듯 했고, 이제는 사진으로만 보는 그 하얀 웃음이 그립기도 하다.


할머니의 하얀 웃음에서는 기쁨을 보기 어려웠다. 언제나 인자한 그리고 아득한. '내 걱정 말거라'라고 말하며 짓던 할머니의 그 웃음이 하얀 웃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묘하게 아렸나보다. 내 할머니가 생각나서.


할머니의 그 하얀 웃음 때문에.

할머니의 그 호의적이지 않았던 삶 때문에.






●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그녀가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은 그때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다.





한강_흰.jpg 흰 - 한강



[2019.09.18 - 2019.09.22]


- 그리운 나여사, 내 할머니

할머니의 웃는 모습은 내 기억과 사진 밖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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