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지지가 않아서
약 먹는 걸 줄여보기로 했다. 내 멋대로.
점심에 먹던 약을 '불안한 경우'와 '잠이 안 올 때'에만 먹기로
즉, 의사선생님의 원래의 취지대로 그렇게 먹어보려고 했다.
약 먹는 것을 습관화 하고 있는 듯해서.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내기 위해 먹는 이 행동이
아니, 정확히는 추가된 이 행동이 불안해서
못 벗어날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안 먹어보려 했다.
참 미련도 하지.
아프면 약 먹는거고,
난 그래서 약을 먹고 있는건데
그 추가된 상황이
약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한 불안과 무서움에 안 먹으려 하다니...
악순환이다.
뭐 어쩌자는거야.
날이 이렇게나 좋은데
날씨 핑계를 대지도 못하게 이런 날씨에도 못 버티겠는것은
병이기 때문이겠지.
힘겹게 카페를 오게 된 내 모습에서
그리고 이런 찝찝하고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을 느끼며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약을 1알 먹었다.
잠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약을 먹을 때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나는 하루 종일 약 1알이면 되었었는데 도대체 이게 몇 개야.
아침에 하나, 점심에 하나, 저녁에 넷. 다시 줄일 수는 있나?'
라는 생각에 착잡해지기도 한다.
이 만큼의 약을 먹어야 기분이 유지된다는 건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겁이나고.
약 먹고 안 아프면 된다.
더 생각말자.
약을 줄이려는 목표로 노력하지 말고
내가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자.
그러면 약도 알아서 줄어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