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8 - 문득, 그냥
회사에 출근해서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회사 앞 빌라 소장님께 말씀드리고 오후 늦게까지 주차를 하곤 한다. 이 소장님은 풍체가 외소하시고 베레모를 항상 쓰고 있으시며 언제나 눈웃음 짓고 계신다.
이번주 화요일. 이틀 연속 빌라 주차장에 신세를 저야 할 상황. 소장님께 음료수라도 드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생각하다가 아침식사 대신 먹는 두유를 하나 더 챙겨서 출근을 했다.
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주차를 하고 난 후 두유를 챙겨서 소장님께 갔더니 소장님은 자리에 안 게시고...
포스트잇에 "소장님, 제가 마실 것 챙기면서 하나 더 챙겼어요. 주차 감사합니다. - 9037 " 이렇게 메모를 하고서 경비실 문에 살짝 걸쳐놨다.
그러고서는 사무실에 올라가다가 소장님을 만났고, 소장님께 두유를 올려놨으니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뭘~ 그런걸 다~"라며 인사를 받아주시는 그 미소의 표정이 낯익고 익숙했다.
오늘도 빌라 주차장에 신세를 저야했기에 경비실로 가서 "소장님~"하고 부르는데 소장님이 대답을 안 하신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슬쩍보니 나른하게 졸고 계시는 소장님. 경비실 안이 쌀쌀했는지 콧물이 흘러 입술 인중까지 내려온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입술의 쪼글쪼글한 주름과 입술 인중까지 내려온 콧물. 그리고 닦는 손.
할머니 같다.
"나이들면 이렇게 추해진다. 콧물이 노상 줄줄줄 나고 이게 뭔잇이여 이게. 추잡스럽게." ㅎㅎㅎ 우리 나여사가 항상 하던 말이다.
오늘 아침 소장님의 얼굴을 찬찬히 보니 나여사랑 비슷하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도 나는 할머니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