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2 - 문득, 그냥
이 상황을, 지금의 내 감정들을
애써 이겨내고 싶지도 않고
애써 외면하고 싶지도 않다.
"애써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고, 좀 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지.
"애써 뭔가를 해야 했고, 시간을 더 지체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선택에,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고 있나.
어느 것을 선택하든 간에 나는 나머지 하나를 곱씹으면서 '그랬어야 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냥, 뭐가 됐든지 간에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려본다.
할머니가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대로. 할머니 생각에 울고 싶으면 울고 싶은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후회도 하고 자책도 해가면서 그렇게 내 감정에 충실한채로 내버려두는게 현재로써는 최선이란 생각이 든다.
재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슬픔, 그리움, 서글픔 그리고 죄책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그냥 그렇게 지내고 싶다.
나에겐 할머니를 추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겐 할머니의 부재를 인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서야,
알고보니 할머니는 나한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