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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손아람 <소수의견>


*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의 영화는 이후에 감상했습니다.


손아람 작가의 <디 마이너스>를 먼저 읽었고, 전작인 <소수의견>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이미 개봉됐지만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미루다가 좀 늦었죠.


사실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책 표지가 영화 포스터로 바뀌었네요. 그래서 배우들이 누구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소개를 보니 배역들이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더군요. ㅋ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은 법정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법정소설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냥 그런,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런 분야입니다. 재판 준비 과정이나 재판 과정은 재밌지만, 결말이 늘 찜찜함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겨도, 져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명백하게 '정의가 이겼다'라는 느낌이 드는 법정소설은 많지 않아서요.


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아무래도 피고 측 변호사이다 보니 그쪽의 입장으로 몰고 가는 식인데, 솔직히 형사재판이나 민사재판(국가소송) 모두 승소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과정에서 보인 갖가지 '대한민국식 비리들' (비단 우리나라만 그러겠습니까만)이 독자로 하여금 울분을 갖게 하고 (새삼스레) 그 하나하나를 밝히고, 하나씩 깨뜨려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뿐이겠지요. 하지만 그 잠시의 쾌감은 그뿐일 뿐, 현실은 그대로죠. 흔들바위를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는 착각만 들뿐 굴러 떨어지진 않는 것처럼요.


오히려 승소했다면 그게 더 현실감 없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이 그렇게, 애매하게 난 것도 무언가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같은데요, 만약 승소하고 무죄가 되더라도 그건 정의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승리한 것이죠. 대부분의 법정소설이 그렇듯이요.


그리고 중간중간 뭔가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넣은 설정들, 또는 갑자기 상황이 급진전되는 그러한 것들은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습니다. 작가가 뭔가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손아람이라는 작가의 스타일은 이젠 알겠습니다. 수사적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표현들의 나열. 하지만 본인의 주관에 치우친 방향성.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이 작가를 계속 따라다닐 것 같네요. 그게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부정적일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선입견을 갖게 할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긴 합니다. 실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일 것이고,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와 다르다는 점도...


p.s. 저도 대학생 시절, 판자촌과 철거예정지역들을 다니며 활동을 했었고, 철거반 대집회와 용역들과의 싸움에도 나서보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엇을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했던 정의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권'을 떠나서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의 저라면, 제가 당사자이고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때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다시 그렇게 나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다녔던 곳들은 (지금도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대부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곳들로 변해서 저만큼이나 변한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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