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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한강 <소년이 온다>


*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 주면 5.18 광주민주화항쟁(이하 광주항쟁이라고 할게요)이 36주년이 되는군요. 시의성 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적절한 시기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젯밤에 한 번 읽고, 새벽에 일찍 출근하여 훑어보듯 한 번 더 읽었네요. 앞에서 놓친 내용이 있는 것 같고, 인물들 간의 관계를 다시 보기 위해서요.


대략 어떠한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고, 이미 <채식주의자>를 읽었기 때문에 문체도 낯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강 작가의 글은 쉽게 들어오지 않는군요. 대사와 독백과 생각과 그냥 글이 아무런 기호도 없이 뒤섞여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글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라 그렇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길지 않은 내용, 중간중간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챕터가 나뉘어 있어서 셀프 버퍼링을 해가며 읽었습니다.


내용은 광주항쟁을 겪은 동호네 가족 및 세입자인 정대. 정미 남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은숙, 선주, 그리고 기타 몇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광주항쟁 이전의 이야기와 이후의 이야기가 인물별로 각각 나옵니다. 핵심적인 사건이 광주항쟁이지만, 그 당시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후의 과정 및 트라우마가 더 중점적으로 그려집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며칠의 일이 그렇게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어느새 30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고 있으니까요.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광주항쟁의 사진기록집을 본 적이 있습니다. 꽤 두꺼운 하드커버 본에 흑백사진들(일부는 컬러)과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었는데 그때 받았던 충격과 몸서리 처짐을 잊을 수가 없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말이죠. 제가 살고 있었던 동시대에... 


광주항쟁에 대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1988년 말에 5공 청문회가 열리면서 광주항쟁에 대한 것도 있었죠. 당시 저는 중학생이었는데 TV 중계로 보면서 그 잔혹함과 관련자들의 뻔뻔함에 역시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께선 TV를 못 보게 하셨지만, 당시 어딜 가나 그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아예 못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자 중 한 명인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있는 상황에서의 청문회라 제대로 될 수는 없었겠지요. 1995년의 책임자 처벌도 결국은 사면 복권시켰으니까요.


아무튼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광주항쟁에 대한 작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만,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은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더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감정은 드러내지 않을 때 더 극대화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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