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가벼운 소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밀도 있고 또 페이지 수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치 저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운동권 학생들과 계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만 그것이 제게는 친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시대는 제가 그렇게 열성적으로 뛰어다닐 때보다 몇 년 이후의 것들이라 계파상으로는 공통점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IMF를 분기점으로, 대학의 분위기는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생 시절, 저도 학생운동을 했었습니다. PD(민중민주) 계열이었습니다만 소위 '운동권'이라 불릴 만큼 골수도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들이 추억처럼 되살아나기도 했고, 또 아련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20대 초반, 혈기왕성했던 시절. 그때는 혁명을 꿈꾸기도 했었고, 우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군대에 가게 됐고, 군대 다녀와선 IMF를 맞게 되고... 저도 변해갔지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만 그건 뒤로 하고요.
주인공 태의,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도 지금은 그냥 평범한, 오히려 기득권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리고 함께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그것에 대한 변명을 저 대신 주인공이 해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속엔 여전히 마음 한편에 그때의 제가 남아 있어서 정치적으로, 그리고 가치관에서는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늘 마음에 빚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요.
예전의 학생운동 선후배나 동기들 둥 지금도 일부는 여전히 운동권, 사회단체, 정치인이 되어 계속하고 있을 건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90년대 초에 꿈꾸던 사회에서 지금은 얼마나 더 나아갔나 싶습니다.
순수했던 시절, 젊은 날의 초상 같은, 하지만 부끄러운 고해 같은 소설. 그냥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제 이야기 같던 소설. 손아람 작가의 <디 마이너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