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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박상영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작가님의 신작 <믿음에 대하여>를 읽어보았습니다. 네 편의 작품이 실린 연작소설인데 그중에서 아무래도 <요즘 애들>이 가장 공감이 됐어요. 저도 이미 기성세대에 접어든지도 오래지만 20대, 30대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게 개인차인지, 세대차인지는 늘 혼란스럽긴 합니다.


선배 있잖아요, 저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취급을 받고 싶었어요. 실력도 없는 주제에 이름이나 알리고 싶어 하는 요즘 애들이 아니라, 방사능을 맞고 조증에 걸린 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요. pp.49


그리고 이 소설집의 축을 이루고 있는 두 가지 주제. 퀴어와 팬데믹. 특히 팬데믹 상황은 모두가 같이 겪어왔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 아마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듯해요.


모든 게 서럽고 원망스러웠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누군가의 탓을 하는 시대에 나는 누구를, 무엇을 원망해야 할지 몰랐다. 하루에 십수 명이 확진될 땐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야단하며 확진자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고 술집 영업을 제한하더니 이제는 하루에 몇십만 명이 걸려도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는 정부를? 이태원 상권이 싸그리 몰락한 이 판국에도 단 한 푼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임대료를 받아 챙기는 건물주를? 아니면 딱 요맘때 이태원을 헤집었던, 기남시 55번 환자를? 최초로 한국에 이 병을 들여온 사람을? 아니면 어머니가 그토록 믿는 신을 탓해야 하나? 아무것도 믿지 않는 나는 도통 무엇을 탓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나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로, 이 모든 것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 자신을 비난하기로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pp.225


예민할 수 있는 여러 주제들이 담겨있다 보니 위험할 수도, 반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공감을 강요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의 설명에 붙은 연작소설이라는 의미가 좀 모호했었는데 읽어보니 이해를 하게 됐어요.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작품들은 각각이 독립적이고 또 순차적으로, 개별적으로 발표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이 연결되어 있고 주제도 궤를 같이 하고 있네요. 그래서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이어지기도 합니다. 3부작이라고 하는 전작들과는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문학동네 북클럽 이달책으로 구매하니 박상영 작가의 친필 사인본으로 보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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