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제 아이가 돌 무렵 일 때 읽고 일기처럼 쓴 소감을 옮겨봅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아무리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일종의 case by case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과 궁금증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제니퍼 시니어의 <부모로 산다는 것>. 원문 제목은 <All joy and no fun>이다. 모든 것이 기쁨, 그러나 재미는 없음. 그리고 또 다른 부제목이 붙어있다.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이 책은 부모가 되는 시점에서부터 아이가 사춘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며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으로 부모로서 느끼는 감정과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ECFE(미네소타주의 유아교육프로그램)의 강좌 프로그램에서 만난 부모들과의 인터뷰 및 여러 부모들의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그들의 일상과 고민, 힘겨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도 함께. 특히 손녀를 키우던 샤론이라는 할머니의 이야기의 사연은 너무 감동적이고 또 슬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그 사례는 미국인들의 것이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보편화, 평준화되어 있기에 현재 국내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방대한 학술자료도 인용하여 보다 전문적인 고찰을 덧붙이고 있다.
본문만 4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다소 부담스러운 두께지만 읽기에는 무리가 없다.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건 저자와 역자의 능력 덕분이다. (다만 번역이 다소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하지만 약간 무미건조한 느낌도 든다. 빵으로 치자면 스콘 정도의 느낌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 정도의 느낌을 기대했다면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부모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 어찌 달콤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의 중산층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빈곤층은 자녀양육에 대해 고민할 만큼의 여력이 없고 부유층은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한된 재화와 능력을 가진 그들의 고민은 현실적이며, 그것 역시 우리나라 일반 부모들과도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비단 중산층 뿐만 아니라 전 계층에 걸쳐 같은 현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어린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노동력에 지나지 않았던 어린아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러니까 1940년대 이후에 '경제적으로는 쓸모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무한한 존재'가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가족 내에서 어른과 아이의 서열이 역전된 이유도 함께.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득력이 있다.
그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화되어 현재의 부모들은 그들을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고 더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아이는 미치광이와 같고 부모는 조울증 환자와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왜 부모들은 그 힘겨움을 감수해야 할까. 이 책은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순간순간 느끼는 것, 그리고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미화되는 기억. 결국 기쁨이라는 자기 위안으로 우리는 부모로서 살아간다.
이 책을 아빠로서 읽을 때와 엄마로서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부모에 대한 책이지만 사실은 엄마와 아빠의 관점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을 보여준다. 당연히 아빠로서의 관점에 더 공감이 간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도 한 아이의 아빠지만 앞으로 수십 년을 부모로 살아가면서 매 순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마 눈감는 날, 나는 그때서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수십 년을 한 부모의 자녀로 살아온 시간과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나의 부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림들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고 또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기에 공감과 더불어 위안을 받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부모로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