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김훈 <칼의 노래>, <현의 노래>


*2007년에 김훈 작가님의 작품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를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당시 김훈 작가님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던 터라 충격적이었는데 이후 나온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15년 전에 썼던 후기를 다시 읽으니 새롭네요.


책 표지는 일부러 제가 읽었던 생각의 나무 출판본으로 가져왔습니다. 이후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폐업하면서 저작권이 문학동네로 넘어가 지금은 문학동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유사해 보이는 이 두 권의 책에 대해 솔직히 잘 몰랐다. 지하철에서 이 책들을 읽는 사람들을 얼핏 보기는 했었지만 역사 소설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했을 뿐 우리나라 역사인지 일본 역사인지 조차 몰랐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이 책들을 또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때는 이 책들에 끌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두 권을 함께 구입하게 되었다. 


<칼의 노래>는 인간 이순신에 대한 소설이고, <현의 노래>는 악사 우륵에 대한 소설이다. 둘 다 김훈의 장편 소설이다. 하지만 유사해 보이는 두 소설은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제목에서 보이는 '노래'의 의미이다. 전작 <칼의 노래>에서의 '노래'는 절규이자 울부짖음과 같다. 그 노래는 이순신의 절규이기도 하고, 아군 장수들의 절규이기도 하고, 적장들의 절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노래는 비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현의 노래>에서의 '노래'는 말 그대로 노래이다. 그는 그것을 '소리'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 소리는 임자가 없는 것이다. 그 소리는 다시 '쇠의 소리'와 동일해지고 결국 소설은 현의 노래와 쇠의 노래가 함께 흘러가게 되었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무게와 사료의 양의 차이다. 이순신. 그는 누구인가. 그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전쟁 영웅이었고 자전적 기록인 '난중일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위인전이 나와 있으며 심지어는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100원짜리 동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 '인간적 내면'을 그려내기가 녹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갑옷보다 두꺼운 '금기(?)'를 걷어내고 다른 면목을 보이기가 작가 스스로도 부담스러웠겠지. 


그래서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1인칭 시점이면서도 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과 동시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한 인간과 당시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우륵은 어떤가. 음악 교과서에서 이름을 볼까 말까 하고, 삼국사기에서 조차 다섯 줄 밖에 기록된 바가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름. 


<현의 노래>에서는 소국 가야의 악사였던 그의 삶과 삼국의 역사(실제론 사국이 되나?)를 넉넉지 않은 사료에 기대어 작가적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그려내었다. 그래서 <칼의 노래>가 개인적 묘사에 주력한 반면 <현의 노래>는 상황적 묘사에 더욱 주력한 것 같다. 하지만 소설적인 재미는 <현의 노래>가 더 한 듯 싶다. 


이와 더불어 문체의 차이도 약간 느껴진다. 물론 큰 차이는 아니다. 김훈 작가 스타일의 문체는 처음엔 무척 낯설고 빨리 읽어나가기 힘들었으나 한 번 익숙해지자 그 문체에 매료되었다. 


그의 문체는 적나라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고 묘사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더더기가 붙은 문장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 역시 눈에 익으니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체의 차이은 시점의 차이와 앞서 말한 차이들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게 역사적 사실일지 아니면 작가적 상상력 일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오래간만에 머리의 녹을 벗겨내는 듯한 느낌을 준 소설을 만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주관적 취향일 따름이다. 이 소설을 읽고 말고는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형도 전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