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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5. 2022

권보드래 <3월 1일의 밤>


이 책을 3.1절이 좀 지나서 구입했지만 한동안 손을 못 대고 있다가 8월 초부터 읽기 시작해서 광복절날 완독 했다. 


저자인 권보드래는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다. 국문학 전공인데 한국 근현대문학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가까이 계속 연구를 하다가 2019년에 3.1 운동 100주년이 되던 때에 이 책을 냈다. 사학자가 아닌 국문학자가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연구를 해서 책을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3.1 운동 (혹은 3.1 혁명)에 대해서 16가지의 주제로 살펴보고 있다. 총 4부로 나누고 각 부를 다시 4장으로 나누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의 틀 안에서, 그리고 파리강화회의와 민족자결주의가 3.1 운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것은 평소에 알고 있던 것 이상이어서 놀라움도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도 국내와 세계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고, 외국이 소식이 거의 실시간으로 국내에 전해진 것도 그러했다. 


또한 3.1 운동의 양상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그저 막연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세를 부르는 모습 정도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개인마다 목적도, 구호도, 기대하는 것도 달랐을 텐데 말이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운동의 모습도 그러하고. 그리고 그것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들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3.1 운동의 실제 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그려내었다. 어쩌면 우리의 조부모들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를 이름 없는 많은 이들의 모습까지도. 


책의 앞부분에서는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는데 선언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미 독립이 된 것으로 믿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역사를 알고 있으니 그것들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믿었을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3.1 운동이 발발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너무 낙관하거나 방관했고,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3.1 운동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제도, 식민지하의 조선인들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3.1 운동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사 시간에 배운 얕은 지식, 그리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까지의 역사에 대해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정작 3.1 운동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추리기에는 책의 내용이 방대하다. 그래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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