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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5. 2022

월터 아이작슨 <코드 브레이커>


얼마 전에 번역본이 나온 월터 아이작슨 저 <코드 브레이커>를 읽었다. 월터 아이작슨은 아스펜연구소의 CEO이면서 전기작가이기도 한데 <스티브 잡스>로 유명하다. 그 책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다.


<코드 브레이커>는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전기이지만 전기라기보다는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모음에 가깝다. 크리스퍼의 발견 과정과 유전자 조작, 윤리적 문제, 코로나19 시대의 대응책까지.


이 책에서는 다우드나 교수와 협력 또는 경쟁 관계에 있었던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2012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이자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 했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를 비롯해서 장펑, 조지 처치 등이 핵심적인 인물로 나오고, 그 밖에도 많은 이들의 연구내용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012년에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할 당시 경쟁 관계에 있었던 다른 연구진보다 빨리 게재되기 위해 편집자와 심사위원들을 재촉했다는데 (아마 매번 그랬을 것 같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대해서도 우위를 점하는 그런 실력과 배짱이 놀랍다. 


논문 게재 8년 만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데 단 두 명만 수상한 것도 의아하다. 이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다우드나 교수팀이 다른 팀에서는 밝혀내지 못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이 논문 덕분에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연구가 더 급진전하게 되었다고. 


그 이후 불과 10여 년 만에 관련 연구는 일반인 수준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2018년에 유전자 조작된 아기도 태어나게 됐다. 이로 인해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쟁도 치열했다.


그런데 저자도 집필 막바지에 다우드나 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 소식을 들어서인지 노벨상 얘기는 마지막 챕터에 간략하게만 나온다. 그러나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기에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이 등장하게 될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흥미로웠고 느끼는 바가 많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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