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 흡입력이 있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운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패배했다'라는 김윤자의 글씨를 의사가 보았다면 더 김윤자의 삶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김윤자가 가장 최근, 그러니까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문장을 봤다면 말이다. 일기라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일기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문장을 말이다. pp.13
"난 길에서 자지 않아요. 난 아무데서나 자는, 그런 칠칠맞지 못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이코노믹 한 게 좋지 않기는 해도 그렇게 품위가 없지는 않아요. 내가 맥도날드에 있다고 해서 이런 말이나 들어야 한다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pp.67-68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드는 책이었다. 그녀에 대해서 궁금하면서도 또 답답했다. 끝까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언제부터라고 딱 잘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불행이 서서히 진행되었고, 그녀는 불행을 통과해내느라 자신이 불행을 겪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했다. pp.247
직장을 잃는다고 추해지는 건 자신에 대한 모독이다. 김윤자는 스스로를 함부로 내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추해지지 않았다. 추해지지 않을 거다. pp. 252
김윤자가 인생에 잃는 게 많아질수록 인생에 거는 기대는 커졌으므로 그 기대가 충족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었다. pp. 255
내가 늙었다는 것, 그들이 그런 나의 늙음을 보고 있다는 것. 할머니라는 호칭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불릴 만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pp. 259
실제는 어땠을까 싶어서 당시 방영되었던 방송 분량을 찾아서 봤다. 책에서 기술, 묘사된 내용과 거의 유사했다. 작가가 그 방송 내용을 모티브로 했고 참고로 해서 집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본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느낌이 달랐다. 책에서 느낀 것과 방송에서 보인 것은 작가는 마치 망자에 대해 장례를 치르듯 이 책을 쓴 것 같다.
그녀가 생각하는 구원이란 죽음이었다. 예전에는 다른 구원, 그러니까 자신과 어울리는 남자를 만난다든가 하는 그런 일들에 대해 바란 적도 있었지만 그건 아주 예전의 일이었다. 빨리 편안해지고 싶었다. 기쁜 마음으로 죽고 싶었다. 더 이상 날짜가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나이를 세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죽음이란 시간이 침범하지 않는 곳이니까. 그렇게 죽지 않더라도 매일같이 죽고 있었다. 매일 죽고, 또 매일 살아나면서 이 의미 없는 반복을 그만둘 때가 었다고 생각했다. pp. 290
단순히 화제의 인물에 대한 소재주의가 아니라 그녀가 왜 그랬을까라는 것을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여 그려냈고, 마지막 모습을 최대한 정결하게 그려냈다. 비록 그것이 실제와는 달랐을지라도.
그러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맥 레이디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우리는 다를 것이냐고.
누구나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또한 막연한 자신감, 현실주의 어느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은, 미래는 늘 우리의 피부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 겪은 불행이 자기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것처럼 남은 생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유로 지목되는 허영심, 주제넘음, 자존심 같은 것들이 자기에게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런 부덕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능력과 용기가, 하다못해 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pp.321
사람들은 계속해서 맥 레이디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녀의 삶을 해석했다. 그들은 레이디의 죽음을 통해 남들이 얼마나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신중호도 그들 중 하나였다. pp.322
레이디는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을 살았다. p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