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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Nov 30. 2022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최근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님의 신작 <오, 윌리엄!> 이 나왔다고 홍보를 많이 하더라고요. 사실 스트라우트 작가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작품들도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작품은 왠지 관심이 갔어요. 


책 소개를 간단히 봤는데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연결되는 내용인 듯 했습니다. 속편과 같은. 그래서 이 책도 읽어봐야 할 것 같아 구입했죠. 전자책으로 살까 하다가 <오, 윌리엄!>이 양장본이니까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양장본으로 구입했어요. (양장본 밖에 없긴 하지만요)


그런데 표지가 산뜻하니 정말 예쁘네요. <오, 윌리엄!> 보다 훨씬 더 맘에 듭니다. 둘을 같이 놓고 보니까 마치 낮과 밤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


괜찮은 책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책도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른 채 읽었는데요, 솔직히 제 기대가 컸었나 봐요. 담담하게 이어지는 내용들이 좋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감동적이라거나 인생작이라거나 그런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오, 윌리엄!>을 다 읽고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 루시 바턴은 병문안을 온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눕니다.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죠. 


루시 바턴은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추억으로 남는 걸까요.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루시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가족과의 관계도 많이 소원했지만, 그리고 어머니는 어머니인가 봅니다.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모습도 나옵니다. 어쩌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님의 자전적인 부분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글도 써보고, 세라 페인의 워크숍에도 참여해보는데 세라 페인의 얘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인물로서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요. 그리고 결국은 작가로서 성공을 하게 되는군요.


최근에 아니 에르노 작가님 책들을 많이 읽어서인지 루시 바턴이 아니 에르노 작가님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는 듯했습니다.


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래 이런 책들이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많이 남잖아요. 그때는 또 '좋은책이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




이 책에서 몇 문장을 가져와 봅니다.


지금은 내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기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p.21


잘 들어요. 가난과 학대를 결합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학대'라니, 정말 바보 같은 단어 아닌가요. 아주 상투적이고 바보 같은 단어예요. 사람들은 학대 없는 가난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절대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요. 자기 글을 절대 방어하지 말아요. p.124


세라 페인이 우리에게 평가 없이 빈 종이와 마주하라고 말했던 그날, 그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단순한 생각 같지만,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늘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얕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 자신을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p.138


세라 페인이 말했다. 자신의 글에 약점이 보이면 독자가 알아내기 전에 정면으로 맞서서 결연히 고쳐야 해요. 자신의 권위가 서는 게 그 지점이에요. 가르친다는 행위에서 오는 피로가 얼굴에 가득 내려앉았던 그 강의 시간 중 하나에서 그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p.157


나는 작가가 되려면 냉혹해야 한다는 제러미의 말에 대해 생각한다. 또한 내가 늘 글을 쓰고 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오빠나 언니, 부모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아 안 간 것이기도 했다.) 시간은 늘 충분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내가 결혼생활에 안주하면 또 다른 책,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책은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진정,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서,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p.204


그 시절에 마음이 더 여린 딸 베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소설을 쓸 때는 그 내용을 다시 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이십 년을 살았다면, 그리고 그것도 소설이라면, 그 소설은 다른 사람과 절대 다시 쓸 수 없어요!"

그 애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그토록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베카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네 말이 맞아." p.213


내가 내 아이들이 느끼는 상처를 아느냐고? 나는 안다고 생각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이였을 때 품게 되는 아픔에 대해, 그 아픔이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며 너무 커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갈망을 남겨놓는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꼭 끌어안는다. 펄떡거리는 심장이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끌어안는다.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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