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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Feb 02. 2023

10인치급 이북리더들

최근에는 10인치급 이북리더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정확하게는 10.3인치 기기들인데, 이는 전자잉크 (eInk) 패널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EInk사의 패널 크기가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하 편의상 '10인치'라고 하겠다.


10인치 이북리더들의 제품도, 수요도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안 그래도 이북리더의 시장 자체가 작은데, 그중에서도 10인치 이상은 더 매니악한 측면이 있다.


사실 8인치 이하의 제품과 그 이상의 제품은 수요층이 확연히 갈리는 양상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6인치 기기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에 염두를 둔 제품으로 부담 없이 어디서나 독서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7인치, 7.8인치 기기는 좀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으면서도 휴대성도 고려한 절충형이라고 볼 수 있다. 간혹 7.8인치 제품에도 스타일러스펜이 적용된 모델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북리더에서의 펜 사용은 애매한 면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펜을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고. (나도 그렇다)


10인치 이상은 사실상 휴대성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하지 않게 된다. 일단 크기가 커지고 무겁다. 노트북이나 태블릿보다는 낫겠지만, 이북리더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편이라 굳이 무겁게 갖고 다닐 필요를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10인치 이상의 제품들은 대부분 스타일러스펜을 제공한다. 본격적으로 필기를 해보려고 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펜의 활용도는 낮다. 우선 각 서점사의 이북앱은 그러한 필기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펜을 쓸 수 있는 건 메모앱이나 PDF, 이미지 파일 등에서다. 이것은 13인치급 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10인치 기기는 가로모드에서 양면보기를 할 때 상당히 유용하다. 대부분의 서점사앱은 가로모드에서 양면보기를 지원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종이책을 보는 것처럼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만화책도 양면보기로 볼 수 있는 크기가 된다.


가로모드에서 양면보기 예시 (샘 10+)


하지만 10인치 기기는 생각보다 애매하다. 휴대하기에는 크기가 큰 것 같지만 실제 사용하기에는 화면 크기가 작다. 대략 A5 종이 정도의 화면 크기인데 그러다 보니 PDF 문서를 보기에는 좀 작다. 이북리더의 PDF 뷰어에서 자동 크롭 기능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편하다. 만화책을 양면 보기로 하더라도 작게 느껴진다. 볼 수 있다 정도이지, 쾌적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렇다면 10인치 이북리더 제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0인치 기기들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업체는 역시나 오닉스다. 오닉스는 다양한 화면 크기의 이북리더 라인업을 갖고 있고, 같은 화면 크기에서도 스펙을 다르게 하는 브랜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제품의 출시 속도가 빠르고 제품이 많아 정신이 없을 정도다.


오닉스 북스의 10인치 기기는 대표적인 것이 'Note' 모델이며, 출시 순서에 따라 Note 1, Pro, 2, Air, 3, Air2, 5의 모델까지 나와 있다. 우선 해상도는 227 ppi로 모두 동일하지만, 사용된 패널은 카르타 패널인지 모비우스 플렉시블 패널인지에 따른 차이가 있다. 모비우스 플렉시블 패널이 더 신형이며 더 성능이 좋지만, 그로 인해 이를 사용한 제품의 가격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스펙은 제품별로 차이가 나는데 신형이라고 해서 더 나은 스펙은 아니다. 사용된 AP, 램 및 스토리지 용량, 안드로이드 버전, 프런트 라이트, 배터리 용량, 기타 센서 등의 차이가 나는데 하드 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적당한 수준의 제품을 선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것이 많지 않아 직구 또는 구매대행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빠른만큼 기존 제품의 단종 속도도 빠르다.


오닉스 북스 탭 울트라


그런데 오닉스에서 거의 태블릿과 같은 '탭 울트라'라는 제품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노트 라인업보다 스펙이 좋고, GPU를 적용해서 화면전환 시 잔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기술은 그 이전에 13.3인치 기기인 루미 2에서 적용되기도 했었다. 키보드 케이스까지 액세서리로 별도판매해서 사실상 '흑백' 태블릿처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닉스 북스 노트 제품군도 가격이 비싼 편이긴 했지만 탭 울트라는 키보드 케이스까지 직구로 구매하면 거진 100만 원 정도의 가격이라 선뜻 구매하기에는 쉽지 않다.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는 고성능의 태블릿에 비할 바가 못되기 때문. 다만, 역시나 마니아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10인치 제품으로는 2018년 4월에 출시된 크레마 엑스퍼트가 있다. 사실상 오닉스 노트를 다운그레이드해서 판매한 제품이다. 당시엔 국내에서 10인치 이북리더 시장이 성숙하기 전이었기에 선구적인 제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낮은 성능과 프런트라이트가 없는 단점이 치명적이어서 사용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 뒤에는 교보문고에서 뜬금없이 샘 10+를 출시하였다. 교보문고는 주로 보위예 제품을 커스트마이징해서 출시하는데 샘 10+는 보위예 미북 10 pro를 베이스로 한 모델이다. 국내에서 오랜만에 출시된 10인치 기기이고, 그동안에 10인치급에 대한 수요와 사용자들의 관심이 많아져서 초기 판매는 성공한 편이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얘기 때문에 관심을 보인 사용자들도 많고.


나도 스페셜패키지 예약판매할 때 주문해서 수령했으며, 이에 대한 사용기를 간략하게 적은 적이 있으니 참고가 될 것 같다.



10인치 기기는 대체로 200~227 ppi 정도의 낮은 해상도를 갖고 있지만, 300 ppi 해상도를 갖는 제품도 있기는 하다. 아직까지는 아마존의 킨들 스크라이브가 유일한 제품이지만, 이 제품은 킨들 전용이기에 범용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서를 주로 보고, 아마존의 완성도를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해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밖에는 리마커블 시리즈 (현재는 2까지 나와 있음), 화웨이 메이트 패드, 코보 엘립사, 포켓북 잉크패드, 후지쯔 쿠아데르노 A5, 기타 중국산 제품들 일부가 있긴 한데 이는 대중성이 더 낮은 편이다. 사용기도 많지 않은 편이고.


그나마 리마커블 제품은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좀 있는 편인데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출시를 했었다. 이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은 대체로 전자책 읽기보다는 필기와 드로잉에 좀 더 중점을 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많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앱 설치가 안 되기 때문에 전자책을 읽는 용도로 생각했다면 상당한 제약이 있을 듯하다. 


이는 쿠아데르노 A5도 비슷하다. (쿠아데르노 gen2는 10인치급 A5, 13인치급 A4가 있다)




그렇다면 10인치 기기는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딱히 그 대상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내 기준으로는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어느 기기든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10인치 기기는 여러모로 애매하다. 전자책 읽는 용도로는 8인치 이하가 나을 수도 있고, 필기용으로 사용하려면 일반 태블릿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사용하면 장점도 있고 매력이 있는 기기이기도 하다. 


기대감을 갖고 10인치 기기를 구매한 사용자는 그 애매함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큰 화면인 13인치급 기기로 넘어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13.3인치 기기를 다시 구매한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래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1. 가로모드에서 양면보기로 전자책을 읽고 싶은 경우

2. A4 크기보다 작은 PDF 문서, 책들을 주로 보는 경우

3. 개인적으로 (합법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문고판 스캔본들을 양면으로 보는 경우


그 외의 경우에는 실망하게 될 수 있으니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좀 더 냉철한 판단을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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