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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18. 2023

'구병모x김화진 북토크' 후기


어제저녁에 홍대 근처에서 있었던 구병모 작가님 신작 북토크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있을 법한 모든 것> 이달책 구매자들에게 발송된 북토크 신청 문자를 보고 바로 신청했는데 다행히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구병모 작가님, 김화진 작가님 모두 좋아하는 분들이라 기대되었다. 이런 북토크를 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코로나19 전에, 그것도 한참 전에 참석했었는데. 그동안은 그나마 온라인 북토크가 많이 있어서 그러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온라인은 아무래도 오프라인 같은 현장감이나 친밀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크쇼 장소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맨 앞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조금 뒤에 앉았다. 이윽고 사람들이 오기 시작해서 약 150석 정도 되는 자리가 꽉 찼다. 슬쩍 둘러보니 대부분 젊은 (20~30대) 여자분들이었고, 간혹 남자분들도 있었다. 확실한 건, 중년의 남성은 나 혼자였다는 것. (중년의 여성분도 거의 없었고)


이윽고 구병모 작가님과 김화진 작가님이 무대에 오르셨다. 구병모 작가님이나 김화진 작가님은 사진/동영상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친숙한 느낌이었다. 구병모 작가님을 이름 때문에 남자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본명이 아니라 필명이라고 한다. 구병모 작가님의 본명은 정유경이다.


김화진 작가님은 진행만 맡으셨고 철저하게 구병모 작가님에 대한 얘기만 했다. 본인 작품에 대한 언급을 한 번 정도는 할 법도 한데 역시 프로 진행자이신 걸까. (김화진 작가님은 민음사 편집자이면서 민음사TV에서 진행을 맡기도 했었다)


구병모 작가님의 신작 <있을 법한 모든 것>이라는 단편집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미리 다 읽고 가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끄덕끄덕 했었다. 중간에 '책 갖고 계신 분들은 어디 부분을 펴보세요'라고 하자 다들 책을 펼쳐보는 분위기. 마치 수업시간 같았다. ㅋ


구병모 작가님과 내가 세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국민학교' 시절 얘기 (이건 소설에서도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에 공감이 많이 됐고,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다. 아울러 나이 들어감에 대한 공감대도.


북토크는 김화진 작가님이 준비한 질문과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받는 시간까지 해서 약 1시간 20분 정도 진행이 되었고, 사전 공지되었던 대로 사인회는 없었다. 다만, 끝나고 나서 작가님들과 같이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은 있었다. 나는 집까지 갈길이 멀어 그냥 나왔지만.


얘기되었던 것들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1. 책제목을 미리 정한 것은 아니었으나 편집자가 제안했다. 원래는 단편작들의 제목뿐만 아니라 소설 속 문장에서 뽑아 제목으로 할 생각도 했다고 하지만, 이 제목이 작품들을 아우르는 제목인 듯해서 만족한다.


2. 첫 번째 작품을 제외하고는 작품 집필을 마치고 나서 그다지 특별한 감정은 없다. 다만 그냥 끝나서 기쁠 따름이다.


3. <노커>에서 나왔던 묻지마 범죄나 SNS, 유튜브 등에서의 반응은 미리 예견한 것은 아니고 폭력은 언제나 있어 왔다. 다만 갈수록 그것이 더 일상화되는 듯하다.


4. 본인의 소설 속 인물, 설정, 사건 등에 대한 묘사는 모두 지어낸 것이라 사실과 많이 다를 수 있다. 자료 조사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대부분 상상해 낸 것들이다.


5. 본인은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고령화사회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 노인들이 나오는 작품을 쓸 때는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머릿속으로만 그리면서 했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체감하는 것들도 있다. 


6. 본인의 작품들에서는 사랑을 많이 다루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니니코라치우푼타>에서도 실장과 주인공이 연인사이라는 암시를 많이 심어두었으나 캐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7. 한 문장을 좀 길게 쓴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는 기존 글쓰기 이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부러 더 길게 쓰는 것도 있다. 하지만 문장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쉼표나 문장 부호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편집자의 의견을 듣고 문장을 끊기도 한다.


8.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뭐냐는 질문에 '신'이라고 답했다. 정작 본인은 믿음에 대한 얘기는 한 적은 없지만 예전부터 작품 내에서 신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한 것 같다고. (<니니코라치우푼타> 마지막 문단도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9. 외계인을 만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요즘엔 누구를 만나는 게 피곤하다'라고 하며 외계인도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0.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자란 세대들이 그 책 얘기를 할 때 다소 뿌듯함을 느낀다. (마치 내가 키운 아이들인 것처럼)


11.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잊히지가 않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집단적으로 미쳐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12. 더 자세한 집필 의도나 구상에 대한 것은 어텐션 북을 참고해 주기 바란다.


그 외에도 이전에 출간된 작품들에 대한 얘기도 약간 있었다. 아무래도 첫 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소감은 특별한 것 같았고,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비록 작품을 끝내고 나면 그냥 담담하다고 하셨지만) 애정이 있으신 듯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듯했다. 가져간 책에 사인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p.s. <있을 법한 모든 것>에 대한 독후 소감은 조만간 따로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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