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Dec 29. 2023

들숨에 읽고, 날숨에 쓴다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대체 언제 그 많은 책을 읽고 또 글을 쓰나요?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다.


들숨에 읽고, 날숨에 씁니다.


이는 물론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그게 일상이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이 되는대로 늘 무언가를 읽고 있거나 혹은 쓰고 있다. (물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책 읽을 시간이 없나요?'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의 독서방법은 여전히 비슷하다.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약 230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될 것 같다. 아직 읽고 있는 책들이 있지만 주말까지 읽으면 그 정도가 될 듯하다.


꽤 많아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독서는 그러한 절대적인 양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러한 독서를 위해 투입된 시간 역시 꽤 많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엔 시간을 만들어서 읽은 셈이다.




업무상 내가 하는 일의 70% 정도는 루틴 한 작업이며, 20% 정도는 연구와 논문을 쓰는 창의적인 일, 그리고 10% 정도는 교육과 강의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 영역 모두 중요하지만 비중으로 보면 실제로는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루틴 한 업무야 할 수밖에 없으니 계속하게 되지만 올해는 연구와 논문, 교육 쪽은 별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특히 연구실적으로는 더 그렇다.


나는 원래 논문을 계속 읽고 써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래도 명색이 연구자인데 올해는 논문을 읽은 양도 예년보다 훨씬 적었고, 주저자로 논문을 내지도 못했다. 그나마 공저자로 몇 편 내서 구색을 갖춘 정도. 


사실 논문을 써야 레퍼런스가 되는 논문들도 더 읽게 되고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지만 (그렇다고 따라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한 톱니바퀴가 돌지 못하니 그쪽은 아예 통째로 멈춘 듯한 느낌이다.


매너리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급한 것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에 아예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변명이야 어쨌든 올해는 그렇게 보냈다.


대신 그러한 시간에 다른 책들을 읽은 셈이기도 하다. 시험 공부할 때는 다른 책들, 다른 것들이 더 재밌듯이 뭔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을 땐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내 경우엔 책이 그랬고, 책을 매개로 한 활동들이 그랬다. 커뮤니티, 독파, 브런치 등을 통해서 글을 많이 쓰기도 했었고.


내년에는 사이버대학교에 들어가 문예창작학을 공부할 계획마저 세웠으니 과연 내년에 나의 연구와 논문은 어찌 되려나 싶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업무마저 과부하가 걸릴 상황이니 말이다. 나도 무리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독서를 포기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독서에 더 매달리게 될 것 같다. 그야말로 들숨에 읽고, 날숨에 쓰게 되는 상황이 될 지도.


그러한 것들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균형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의 균형점. 


또한 시간 관리도 더 철저히 해야겠다. 내 업무는 내가 계획을 세워서 하고, 시간 관리도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새어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많다. 그러한 것들만 잘 관리해도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은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살고 죽을 것처럼 살 필요는 없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독파'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