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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28. 2024

제품보다 홍보가 더 중요해진 세상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얼마 전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 다니는 후배와 얘기를 나누다가 영업과 마케팅의 차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후배 왈, 

"영업은 한 달 뒤에 들통날 거짓말을 하고, 마케팅은 몇 년 뒤에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영업활동과 마케팅활동을 좀 비꼬는 말이긴 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와닿았다. 기업마다 영업과 마케팅을 하는데 이익을 위해선 꼼수나 거짓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게 언제 들통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빠르면 며칠, 그리고 그 이상이 되더라도 어쨌든 들통이 안 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기업의 광고나 홍보는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물론 그 둘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분야와는 거리가 멀고, 가끔 소비자가 될 따름이다)


현대의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 중에 하나는 광고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우리가 무료로 이용하는 것 같은 미디어들, 인터넷 서비스들은 사실상 광고를 시청함으로써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광고는 아마 마케팅의 영역으로 들어가겠지?


그러한 광고의 형태는 정말 다양하고 점점 더 다양해지는 듯한데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 광고가 붙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대놓고 하는 광고 이외에 숨어있는 광고도 많고, 소위 '입소문'을 가장한 바이럴마케팅도 극성이다.


광고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산업계의 구조도 정말 복잡하게 많이 얽혀 있다는 점도.


하지만 상품 자체보다는 홍보가 더 중요해진 세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형의 제품뿐만 아니라 무형의 제품, 나아가 디지털물, 미디어물까지도 그렇다. 


배우나 영화관계자들도 본인들의 영화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나 TV, 라디오, 유튜브 등에 출연하고 공중파 프로그램,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할 것이다.


책의 경우에도 인터넷서점사들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광고를 한다. 독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서평이벤트를 하고, 독서 관련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에게 리뷰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는 유명인에게 서평이나 추천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작가도 사인회나 강연회 등을 하기도 한다. 출판사 자체적으로도 행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도 그런 것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거의 필수코스가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작가들조차도 본인의 책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 비용은 점점 더 올라가고 경쟁이 된다. 그러한 비용은 상품의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게다가 모든 분야에서 다 그렇게 되니 물가를 오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더 큰 문제는 제품의 품질은 별로 안 좋은데 광고와 홍보만 애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것도 하루이틀된 문제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 새삼스럽진 않다. 떠돌이 약장수의 만병통치약 광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광고만 보고 있으면 꼭 필요하고,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혹은 무형의 제품이라면 구매자의 만족도를 상당히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장사꾼들에게는 그들의 비법이 있다. 그러니 그러한 광고나 홍보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안목과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잘 모르는 분야일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눈에 씬 콩깍지를 벗겨내고 냉정하게 봐야 하는데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본인의 판단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기분이 먼저 상하기 일쑤다. 그렇더라도 늘 당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업들이 양심적으로, 사실적인 부분만 얘기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게다가 기획, 제조, 영업, 마케팅, 홍보 등이 각기 다른 업무분야이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고. 그런 제품을 만들어 팔라고 결정한 결정권자가 문제인 것이지 월급 받고 그런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직원들이 무슨 권한이 있을까.


아무튼 상품의 액면 가치보다 홍보가 더 중요해진 세상,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세상에서 정신을 잘 차리고 살아야 할 텐데 만인의 호갱인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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