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Apr 03. 2024

글 쓰는데 이론공부가 왜 필요해?

<소설론> 강의의 일부 발췌


작가는 그냥 글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했다는 말을 듣자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일도 바쁘다면서,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공부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을 것이다.


사실 나도 반신반의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문예창작을 전공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글 쓰는 공부를 하고 싶다면 관련된 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또는 습작을 계속해보고, 공모전에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관련된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설사 내가 앞으로 글 쓰는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책을 읽더라도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공부. 이번 학기 과목은 대체로 이론 또는 개론 과목들이 많다. 특히 <소설론>, <한국현대문학사>, <현대시인론> 등은 '내가 국문학과인가?' 싶을 정도로 이론을 좀 깊게 들어가는 측면도 있었고, <시창작기초>는 시를 쓰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배우지만 <시론>과 유사한 것 같긴 하다. <시론>은 나중에 다시 또 배우겠지만. 


<논술과 독서지도론>은 독서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가를 배우는 것인데 독서 방법을 지도하거나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고, <한국어문법론>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학기를 시작하고 여러 과목을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기도 했다. 각각의 과목에서 배우는 것은 단지 문학사 또는 문학 이론만은 아니었다. 역시나 그 속에는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어떻게, 어떤 관점에서 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글도 많이 읽어봐야 하고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다문, 다독, 다상량'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솔직히 아직은 많이 생각하는 과정까지는 벅차고, 많이 듣고 많이 읽는 수준으로만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또한 나는 작가가 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강의에서는 비평가의 길도 제안해 주었다. 실제로 문예창작을 지망한 학생들 중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비평가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듯하다. 그런데 비평가가 되는 것은 작가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 듯하다. 기본적으로는 작가가 돼야 그 이상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비평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혹은 작가가 못 돼서 비평가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다 보니 비평에 대한 이론도 잘 공부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과 커리큘럼에는 비평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평소 비평서도 종종 읽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잘 와닿지 않고 뜬구름 잡는 듯한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나의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의 비평가가 쓴 글들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작품을 내가 읽어보지 못해서 더 이해를 못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에는 비평서를 좀 대충 본 감이 있지만, 이제는 비평서도 좀 더 꼼꼼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중간고사대체 과제물의 경우에는 그러한 비평 연습도 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려니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든다. 쉽게 생각했는데 그냥 책 읽고 감상문 쓰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튼 작가가 되기 위해서 문예창작을 전공할 필요가 있는가, 이론과목들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나는 일단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물론 나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단계라 그러한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목적을 아는 것. 그것이 공부의 첫걸음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개강 5주 차,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