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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ul 12. 2024

유튜브를 보는 것도 독서인가?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이전에도 브런치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는 독서와 관련하여 자주 듣는 얘기이기에, 애독가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khcheong/384


https://brunch.co.kr/@khcheong/441


이번에 쓰는 글도 아마 비슷한 내용이 될 것 같기에, 이전에 했던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독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이다. 눈과 두뇌의 (때로는 전신의) 피로도 증가한다. 그럼에도 독서를 하는 것은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혹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서 대신 다른 매체를 이용한 활동이 그것을 대체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얘기를 또 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선가 링크된 이 기사의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10120600011


이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유튜브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유튜브 시청을 독서로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독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기사에서 인터뷰 한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유튜브의 지식 채널을 시청하며, 특히 비문학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요약된 정보를 접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체로 독서의 목적을 '지식 습득'이라고 하며, 독서에서도 가성비를 중요하게 보았다. 즉, '투자한 시간 대비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이라는 효율성을 따진 것이다. 

또한 유튜브는 출판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이 출간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튜브에 소개된 책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많은 북튜버들은 유튜브가 책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튜브와 독서는 다른 경험'이라고 강조하거나 '독서는 능동적인 경험이지만 유튜브는 수동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독서 인구 감소에 따른 문해력과 사고력의 저하 문제도 오랫동안 지적돼왔으며, 이는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긴 글을 읽으며 심층적인 문해력을 기르는 훈련이 중요하다.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 유튜브를 선호하는 입장과 독서를 선호하는 입장의 차이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 두 가지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시간의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독서를 단지 정보 습득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들의 생각도 타당할 수 있다. 단지 내가 우려되는 점은 유튜브 시청이 독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전달과 흡수의 차이'라 생각한다. 유튜브 등 동영상은 전달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흡수의 측면에서는 많이 떨어질 것이고, 책은 전달에는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흡수의 측면에서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대적인 측면에서다.


전달되는 것이 많아도 흡수되는 것이 적다면 비효율적일 것이니, 결국 흡수율을 올리는 것이 받아들이는 쪽의 역량일 텐데 단순히 계속 시청하는 것만으로 그게 키워질 것 같지는 않다. 받아들이는 쪽에서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게 극대화된 것이 공부일 것이고, 그보다는 조금 아래의 단계가 독서라고 생각한다. "Easy come, easy go."


자주 인용되는 얘기처럼, 독서도 운동과 같아서 지속적으로 해야 근력이 붙듯 독서력(?)도 증가하는 법인데 이게 쉽게 키워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꾸준한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유튜브나 인터넷상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는 점이며, 더 큰 문제는 보는 이가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무조건 믿을 수도, 그렇다고 무조건 의심할 수도 없는 것. 그러한 모호한 상황이 정보의 습득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물론 책에도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은 그러한 것을 생각해 볼 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체크해 두기도 용이하고, 다른 책과 크로스 체크하기도 용이하다. 반면 동영상 시청은 그 정도까지의 노력을 가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그냥 그대로 습득하게 될 우려가 있겠다.




책을 읽어도 그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고, 대략 어떤 내용이 있었는가 정도만 기억해도 성공이다. 좀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문장을 필사하거나 혹은 발췌해 둘 수도 있고, 요약과 소감을 남겨둘 수도 있다. 분명 그러한 노력이 많아질수록 그 책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가며, 나중에 찾아보기도 용이하다.


설사 그렇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읽으면 의식의 한 부분에 남아 있게 되어 나중에 다른 책을 읽다가 혹은 일상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다시 참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치 어느 곳에 가본 곳을 평소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지명을 듣거나 혹은 관련된 내용을 보면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듯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은 서로 연결되어 길을 만들고, 자신만의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 지점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러한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이에 강병융 작가는 <문학이 사라진다니 더 쓰고 싶다>에서 독서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다른 것들이 책을 대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 멈추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스스로 멈추기 위해 읽는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은 멈추는 것을 낭비라고 정의한다.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빨리, 더 많이 보기 위해 멈춤을 제거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런데 독서는 다르다. 독서는 우리를 멈추게 한다. 우리는 멈춰서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평소에 우리가 잘하지 않는 그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문장에 대해서, 그 감동에 대해서, 그 문장과 감동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독서의 가치이자 이유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내가 나를 깨닫는 과정이다. 독서는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주는 장치다.




멈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지금 책을 읽었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심지어 어떤 이는 독서를 하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도 한다.


그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까지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겠다.


나도 '독서가 최고다'라거나 '가장 가치 있는 행위'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독서보다 재미있고 가치 있는 활동도 많다. 그러니 있다면 그런 것도 하고, 독서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적어도 독서가 무가치한 일이고 하지는 않기를.


나도 독서를 좋아하고 즐기기에 그 즐거움을 더 알리고 싶고, 독서에 대한 오해와 폄하에 대해서 변명을 해 보고자 했다. 왜 내가 변명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라면 얼마든지 할 의향이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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