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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현대작가론> 수강 소감을 겸해서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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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수강했던 과목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과목은 <현대작가론>이다. 작년에 수강했던 <현대시인론>에서는 시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면, <현대작가론>은 소설가들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특히 비평의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수강했던 <소설론>에서 소설 비평에 대한 이론을 조금 배웠고, 문학사 측면에서 한국현대소설의 흐름을 볼 수 있었는데, <현대작가론>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작가들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작가들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고찰해 보았다는 특징도 있었다.


강의를 담당한 백지연 교수님은 현재 평론가로도 활동 중이시며,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 부주간도 맡고 계신다. 또한 창비의 <20세기 한국소설> 선정위원이기도 하셨다. 그래서인지 강의의 깊이가 있었고, 전문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비평 이론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았다. 작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기사와 동영상으로 소개해 준 것도 좋았고, 각 작가의 특집이 수록된 문예지 정보를 알려주신 것도 향후 도움이 될 것 같다.


2025-06-25 09 12 03.png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의 특징 분석 (예시)


교수님께서 수업에서 소개한 작가들을 어떤 기준에서 선정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대 이후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상징성이 있거나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 작가들 위주로 선정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20세기 한국소설> 선정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이 수업에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전혀 몰랐던 작가들도 있었는데, 그런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도 좋았다.


잘 알던 작가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며,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것과 일치하는 점과 다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 시간에는 각 작가의 많은 단편과 장편 작품들을 소개했고, 그중 몇 작품은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작품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품만 해도 꽤 많기 때문에 바쁜 학기 중에 그것들을 모두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어서 기존에 읽은 책들이 있었기에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물론 예전에 읽었더라도 기억이 안 나는 작품이 더 많아서, 수업 중에 다시 그 책을 찾아 펼쳐보기도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웬만한 책들은 다 읽어보려 하고, 신간이 나오면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그러면서 작가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달라지는 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편협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느 작가의 작품 한두 편을 읽어보고 그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논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도 느꼈다. 작가에 따라서는 집필 시기에 따라 다른 주제와 분위기의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거나 바뀌기도 하기 따름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업이니까 어느 정도 정리를 해서 배울 수 있지만, 사실 수업에서 다루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다. 수업에서 방향을 이끌어준 것이라면 나머지는 내가 그쪽으로 가면서 하나씩 주워 담는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니.




이 수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과제물로 대체했는데, 중간고사는 2차시~7차시까지의 작가의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것, 기말고사는 8차시~13차시까지의 작가의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것이었다. 3 페이 정도의 분량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길게 쓰는 것이 좋지만) 분량에 맞춰 쓰느라 오히려 좀 더 어려웠다. 이 내용은 조만간 독서 후기 매거진에도 올릴 예정이다.


과제는 단순한 소감이라기보다는 수업 내용에 기반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비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분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좀 더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작품을 읽을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면서 읽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여름방학이라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소설 작품들을 좀 더 집중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현재는 한강 작가의 초기 작품들을 읽고 있는데, 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구매해 둔 책들을 읽고 있다. 한강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초기작은 또 많이 다르면서도 이후 작품 세계의 원형이 되는 것들도 느껴졌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p.s. 20여 년쯤 전에 창비에서 나온 <20세기 한국소설> 전집을 구매했었다. 50여 권에 이르는 전집을 그때는 큰맘 먹고 구매했었지만, 정작 읽은 것은 몇 권 되지 않았다. 갖고 있으니 짐만 되는 것 같아 몇 년 전에 이사하면서 버렸는데 (도서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도서관에서 받지 않았다), 새 책이나 다름없던 책들이라 버리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 그 전집이 종종 언급되었는데, 나중에 이 수업을 들을 줄 알았더라면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중고로도 구하기 어려운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다운로드 (5).jpeg 결혼 전, 혼자 살던 시절의 내 책장에 꽂힌 <20세기 한국소설> 전집.


p.s.2. 이달 초에 부모님께서 계신 시골집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서재에서 내가 30여 년 전에 읽었던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을 발견했다. 거의 초판인 것 같은데,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낡은 책을 보니 반가웠다. 이 책은 100쇄 기념판을 다시 구매해서 갖고 있기도 하다. 그 낡은 책을 집에 가져올까 하다가 그냥 두었는데, 부모님 댁에 남겨둔 나의 오래전 흔적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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