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불은 얼굴

어린 날의 울음이 남긴 기록

by 슬로하라


그날 쏟아낸 눈물은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내 안에 이어져 온, 오래된 울음의 자락이었다.


그리도 예민했다 했다. 뱃속에서부터. 예민함은 대개 눈물로 터져 나왔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숨소리에 흔들리고, 빛에도 울고, 낯선 기운에도 울었다.


유난히 눈물이 많아 더 서러운 얼굴. 앨범 속 사진들은 대부분 울음에 얼룩지거나, 울기 직전 혹은 그 찰나에 멈춰 있었다. 아빠 엄마 사이에서 돌이라 한껏 오색 한복을 입고, 딸랑이를 쥔 채로도 얼굴은 눈물에 불어 있었다. 사진기사 아저씨는 도통 그치지 않는 내 울음을 두고 말했단다.

“이것도 본인이 훗날 떠올릴 증명사진 같은 게 될 거예요.”

사진 속 아빠 엄마의 표정에 남은 옅은 정색이, 내가 벌인 그날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겨운 사촌들이 모여 찍은 단체사진, 소파 귀퉁이에서 웃는 얼굴들 사이 내 표정만 명암을 밝힌 듯 울음으로 번져 있었다. 엄마 품, 아빠 품에 안겨 분명 다정하고 생동감 가득한 배경을 등에 지고도, 나는 그저 상기된 채 언제든 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뭐가 그리 서러워, 우는 기척으로 시선을 붙잡으려 했을까.


유달리 눈물이 많아서였을까. 첫딸의 애틋함이었을까. 동생과 다투거나 엄마에게 대들어 혼나는 날이면, 꾸중보다 먼저 눈물부터 떨궜다. 그럴 때면 엄격하던 아빠의 매도 더는 들지 못하셨다.


울음은 사진 속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커서도 눈물은 잦았다. 화면 너머 연출된 죽음 앞에서도 울었고, 직접 닿지 못해도 마음이 닿은 상실에 울었다.

가장 기쁜 날, 내 결혼식에서도 나는 아빠와 함께 입장하는 발걸음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결국 결혼식 앨범 곳곳엔 웃음보다 울음의 흔적이 더 뚜렷했다. 눈가의 붉은 얼룩이 그날의 감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빠의 길어진 잠든 모습 앞에서도, 나는 그날처럼 또다시 차오르는 북받침에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아빠는 갑자기 눈을 뜨셨다.


"너 참 많이 울었지. 그땐 네 엄마도, 나도 너무 몰랐어..."


시선은 허공에 머물렀지만, 아빠는 어릴 적 칭얼대던 내 얼굴 앞에 멈춰 있는 듯했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떠올리며, 그때의 미안함을 조용히 중얼거리시더니 이내 다시 잠에 드셨다.


먹먹함을 글자로 옮기는 순간에도 눈 끝은 쉽게 젖었다.

고통을 지나 아빠의 영현 앞에 묵도하던 지금에도, 나는 지난 기억 속 장면을 열어보다 여전히 사소한 눈물에 오래 머문다. 다만 이어지는 숨결 속에서 나는 또다시 적어 내려갈 무게를 붙든다. 단단해지고자 애쓰는 마음 틈새로도 눈물은 스며들었다.


울음은 여전히 내 삶을 적셔 온 흔적의 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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