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딸아이 일곱 살 (4)]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베이징에서의 일상은 단출합니다.
삶의 근거지가 아니었기에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을 리가 없죠. 한국에서도 다른 지방에 이사 가면 낯설 수밖에 없는데 외국은 더 하면 더 했지 못할 리는 없습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저녁에 다른 모임을 갖기도 넉넉지 않습니다. 지사 주재원은 본사처럼 많지도 않습니다. 본사에서는 간혹 마음 맞는 다른 부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지만 지사 인원은 딱 4명이다 보니 특별히 사적인 모임을 가질 필요도 없이 시간 시간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모임입니다.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네요. 업무의 연장선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딸아이와 와이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퇴근도 빠르지 않으면서 빈번하게 약속 잡기도 저어합니다. 민선이는 매일 출근길에 “오늘 빨리 와?”라고 물어보는 녀석입니다. 지금이야 약간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것 같지만 처음에는 이 녀석에게 아빠가 저녁 시간에 있고 없고가 꽤나 중요한 체크 거리였습니다. 집에서 엄마는 학교 숙제를 꼼꼼히 챙기지만 아빠는 그저 몸으로 신나게 놀아주니 말이죠. 게다가 이 녀석도 지금 이곳이 외국이라는 것을 알 터이니 아빠가 눈에 보이는 곳에 함께 있고 없고가 심리적으로 달랐나 봅니다. 언어 문제도 물론 있죠. 중국인 친구를 사귀더라도 마음대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중국어로 계속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면 피곤한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변명’입니다. 베이징 일상이 단출한 것은 물론 여건이 그러하니 자연스럽게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내심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라고 매일 약속 잡는 스타일도 아니었죠. 마음 맞는 사람과의 소소한 모임이야 즐기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 만남의 폭을 부러 넓히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 베이징에서도 사람 만나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단출한 일상이 그저 좋네요.
아이와의 놀이도 집 밖에서보다는 집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비교적 많습니다. 날씨 탓도 있고 공기 탓도 있고 주변 여건 탓도 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도 집 안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기서는 신기하게 집 안에서 놀자 하네요.
그러다 보니 겨울 준비 가운데 중요한 게 실내 놀이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무언가 준비하지 않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죠. 올드 메이드와 같은 각종 카드 놀이, 블록 쌓기, 레고 만들기, 간이 탁구, 체스, 피아노, 씨름, 산 타기, 숨바꼭질, 책 읽기 등등이 주로 하는 놀이들입니다. 그래도 이 녀석이 곧잘 컸다는 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물론 “놀아줘”를 연발하지만 예전보다는 빈도가 줄어든 대신 혼자 책 보고 그림 그리는 등 혼자 노는 시간이 꽤 늘었습니다.
가끔 비디오를 보여 주는 것도 한국과는 달라진 점이네요. 딸아이가 영국 놀러가서 재미있게 봤다는 TV 드라마나 아이들 단편 영화를 종종 보여주곤 합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상에서 쉽게 각종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서부터 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보니 와이프와는 가끔 저녁에 영화를 보는 것도 한국에서는 가져보지 못한 호삽니다.
운동량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침에 일어나면 하다못해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 하던 ‘국민체조’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이게 무슨 운동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정말 ‘운동’입니다. 고작 10분 정도하는데도 꽤 힘듭니다. 조금씩 늘려가면서도 이것이라도 하는 데 대해 스스로 안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베이징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2016년 12월이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