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선동자 Feb 20. 2020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남자는 주먹이지"

"아빠가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그래요"

예전에 아이들하고 오랜만에 술래잡기 놀이를 하려고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하려고 하는데, c라는 아이가 갑자기 "남자는 주먹이지!" 하고 외쳤다. 옆에서 같이 가위바위보를 하던 남자아이가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다. 이어서 가위바위보를 하니 옆에 같이 있던 남자아이들이 주먹을 냈고, 같이 가위바위보를 하던 여자아이들은 보자기를 내서 이겼다. 내 생각에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어서 c를 불러서 물어봤다.


"그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니?"

"아빠가 가위바위보 할 때마다 그래요"

"아 그래? 그러면 그건 혼자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다른 남자아이들이 그 말 듣고 꼭 주먹을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

"에이 그냥 재미로 하는 말인데 그걸 진짜로 들어요?"



그래서 여자아이들을 불러놓고 물어봤다



"남자는 주먹이지, 이런 말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때?"

"기분 나빠요"

"무시하는 거 같아요"



여자아이들은 기분 나빠 했고, 남자아이들은 주먹을 내지 않으면 남자로서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있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는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한다고 하면 어른이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도록 적절히 지도해줘야 한다.



근데 c의 아버님이 의도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 또래 친구들하고 놀면서 습관적으로 하던 말이 아들과 함께 놀면서 본인도 모르게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되기 전에 자신의 과거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자기 아이를 키울 때 자신의 부정적인 습관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한 무의식을 심어줘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