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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동자 Feb 15. 2020

아이 사진 현명하게 찍는 법

내가 찍혔다는 것을 내게 알리지 마라

교실에서 아이들의 활동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들면 유독 사진 찍는 걸 의식하는 아이들이 있다. 브이를 하거나 포즈를 취하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하는 등, 내가 사진에 어떻게 비칠까를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 재밌게 놀고 자기 일에 몰입하던 아이도 사진을 찍는 낌새만 보이면 평소 자기 모습과 다르게 인위적인 포즈를 취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망원렌즈를 구해서 멀리서 아이들이 눈치채지 않게 사진을 찍게 되었다.

아이들은 적어도 10살까지는 남들이 어떻게 바라보든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야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남 눈을 의식하고, 나의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걸 어릴 때부터 의식하고 신경 쓰게 되면, 아이는 자기다움이 없이 남들의 시선만 신경 쓰고 눈치 보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아마 아이들이 예쁘게 웃는 모습, 카메라 렌즈에 눈을 마주치고 찍은 모습, 이리저리 뛰놀다가 찍혀서 잔상이 남는 모습이 아니라 가만히 서서 카메라를 주시하고 찍힌 선명한 모습을 찍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에게 사진 찍을 때 취해야 할 행동들을 학습시킨 것 같다. 사진을 예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 쓰고, 자기가 어떻게 찍힐지를 신경 쓰면서 자기의 평소 모습을 숨기려 하거나 부끄러워할 수 있다. 나의 평소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남들 눈에 보기 좋아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릴 땐 누구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야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하면서 사진을 예쁘게 남길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모르게 찍는 것이다. 그냥 사진을 찍든 찍지 않든 신경 쓰지 않고 평소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된다. 찍을 때 아이가 모르게 찍고, 찍고 나서도 자기가 찍힌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 물론 아이가 평소대로 행동하거나 자기 일에 몰입하고 있으면 카메라 렌즈에 시선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땐 줌을 하거나 망원렌즈로 멀리서 아이를 찍으면서 셔터 속도를 1/125 이상으로 놓고 연사를 하면 된다. 연사를 하면서 100장을 찍었다면 그중에서 5장 정도는 잘 나온 사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와 놀아주다가 그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거나, 아이의 공연이나 발표회를 보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영상만 찍고 있다거나 하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와 함께 한다는 느낌보다 자기를 찍고 있다는 거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찍은 사진이나 영상들을 시간이 지나면 잘 보지도 않는다. 외장하드에 어마어마하게 쌓여만 갈 뿐...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빈도수를 줄이고 그 시간 동안에 아이와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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