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달 살기의 시작
2022년 6월 말, 필리핀에서의 2달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집도 식당도 모두 정리했기에 하루빨리 캐나다 워킹비자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주공사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캐나다 고용주의 주소로 짐까지 부치고 캐나다에 도착하면 고용주의 호텔에 있는 매니저 하우스에 묵기로 하고 캐나다로 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기다림에 이주 공사에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물어보니 기다리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서 JAL을 요청한 날짜가 언제인지 수속 일자를 물어봤다.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어느 초여름 오후,
이주공사 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는 좋은 소식인지 알고 들뜬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고용주가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져서 고용을 취소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아니, 전 주까지만 해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메뉴를 변경할 생각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저렴한 가격에 매니저 하우스에 살 수 있게 해주겠다던 고용주가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꿨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식당들이 많아서 우리 걱정보다는 고용주를 걱정했다.
멍청하게도 이 거짓말을 믿었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나고 이주공사와 몇 가지 일이 있고 난 후에 이주공사가 캐나다의 이주공사와 제대로 체크 안 하고 JAL이 진행 안되어 첫 고용주가 취소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어떤 곳을 새로 연결시켜주시나요?"
"광고가 끝난 업체가 있어서 바로 연결하면 2~3달 안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네~ 그럼 어쩔 수 없죠. 좋은 곳 연결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걱정이 한두 개가 아닌데 태연한 척했었다.
"2~3달 동안 어디서 지내지??"
집을 전세 주었기에 지낼 곳이 없었다.
"그럼 2~3달 동안 일자리도 없는데? 어떻게 지내지?"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변화 없는 삶에서 계속 살아갔던 터라 간단한 문제인 듯하면서도 간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당황하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다시 해석해 봤다.
가족 전체가 2~3달 놀면 해결되는 문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면 해결되는 문제, 한국인에게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너무 어려워서 정년퇴임 이전에 해본 사람이 많지 않은, 모두가 바라면서 두려워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문제는 어디서???
베트남을 2달 다녀올까 생각하다가 필리핀에서 만났던 지인이 본인의 세컨드하우스가 인제에 있다고 그곳에서 지내면 된다고 말해 주었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 7말 8초는 부모님께서 오셔서 안된다고 했다.
그럼 그 기간에 전국 일주를 해볼까? 생각을 하고 여행 계획을 잡았다.
숙소를 잡고 나니 성수기 금액이 너무 비쌌고 차라리 부산에 한 달 살기 하는 비용이 저렴했다.
부산 한 달 살아보자!
그렇게 8살, 6살 아이를 데리고 부산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