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8살 아이와 하루를 보내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는 신나는 일이지만 부모는 아이의 텐션에 맞추어 주기 힘들어 고된 일이다.
이것을 30일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아이는 아이대로 즐겁게 해주어야 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휴식이 필요했다. 거기에 백수인 우리 상태를 고려한다면 저렴한 일정이 필요했다.
저렴하게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까?
우리가 가장 많이 즐겼던 것은 바닷가에 놀러 가기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뜨거운 물 한 통에 컵라면, 김가루로 만든 주먹밥,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겨서 바닷가로 나갔다.
처음에는 모래가 발에 묻는다고 찡찡대던 도시 아이들이 하루 만에 바다와 모래놀이를 좋아하게 되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바닷가로 놀러 갔다. 하루 종일 놀다 올 거라 파라솔은 빌렸다. 파라솔을 살까도 생각했는데 좋은 자리는 벌써 돈 내고 앉는 파라솔이 다 차지해 있고 테이블과 의자까지 있어서 편안하게 즐기기로 했다. 우리가 방문한 해수욕장은 3곳으로 파라솔 빌리는 비용이 광안리는 5천 원(파라솔만), 송도해수욕장은 15,000원, 다대포는 20,000원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이 간 곳은 송도해수욕장이었다. 집에서 가까워 아침 일찍 출발하면 주차 자리도 넉넉했고 그렇게 크지 않은 곳이라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하루 2번 분수를 틀어줘서 오후 5시쯤 마지막 분수가 끝나면 옷만 갈아입고 집으로 향했었다. 송도 해수욕장에 가는 날엔 하루 종일 놀고 주차비까지 23,000원 나왔다.
아이를 데리고 부산을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인데 부산에는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개방되는 박물관이 많다.
집에서 10분 걸리는 영도에 있는 국립 해양 박물관은 4번이나 갈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했다. 매일 실시하는 거북이 밥 주는 것도 보고 태극문양 바람개비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등 아이들이 틈만 나면 방문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 아이들은 본 것을 또 봐도 좋아한다.
그 외에 아이들이 체험할 것이 많던 부산 과학관, 작아서 실망했지만 아이들은 즐거워했던 보내기 고구마 박물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는데 재미있던 국립 수산 과학관, 울산의 고래 박물관 등 일주일에
2번은 박물관 나들이를 했다. 박물관에 방문하는 날에는 주차장 비용만 소비하고 하루 종일 즐기고 올 수 있었다.
사람들을 무엇인가 할 것을 끊임없이 찾는 것 같다. 티브이가 없는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책 읽기다. 캐나다로 바로 떠날지 알고 모든 책을 버렸기에 책을 보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야 했다.
우리가 다닌 영도 도서관은 지하 1층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내려가서 색칠도 하고 3D 체험도 하고 큰 모니터로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점심은 도서관 건물에 있는 체육센터에서 1인 6천 원에 해결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사진이 없어서 아쉽지만 아이들 데리고 부산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추천하는 도서관이다.
남편과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도시 촌놈이다. 낚시는 여행 패키지에서 경험해 보는 특별한 일이었고 아이들은 낚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부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이 부산으로 놀러 왔을 때 형부가 바다 사나이라 바다를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 우리에게 줄 낚시를 소개해 줬다. 형부의 이야기를 인용하면 본인의 젊은 시절에는 소주만 가지고 해변가에 앉아서 문어, 전복 등을 잡아서 안주했다고 한다.
덕분에 천 원짜리 줄 낚시와 3천 원짜리 갯지렁이 하나면 더운 날씨에 얼굴이 시커메져도 하루 종일을 놀다 올 정도로 줄낚시의 매력에 빠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낚시를 했고 지인이 놀러 오면 신기한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줄 낚시를 알려주는 것은 코스가 되었다. 그런 날에는 하루 1만 원으로 온 가족 놀이에 횟감까지 잡아왔지만 손바닥만 한 물고기라 그냥 놔주었다.
부산까지 와서 문화생활을 안 한 다는 것은 좀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에 딱 하루 정해 놓고 가보고 싶던 곳을 가기로 했다. 제2 롯데월드, 김해 롯데 워터파크, 호텔 브런치 등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비싸다 싶은 경험을 즐겼다. 항상 비싼 음식점을 가면 하는 말이 내가 30만 원짜리 옷 하나에 결혼 한 것처럼 우리 딸은 스테이크 사준다고 반하게 하면 안 되기에 이런 경험을 시켜줘야 한다고 진담반 농담 반으로 말을 한다.
이외에도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워터쇼도 구경 갔고, 분수 바로 앞에 앵무새 카페도 방문했다.
부산에서 한 시간 걸리는 양산의 내원사 계곡도 물놀이하러 가고 숲 설명을 들으며 체험도 했다.
숲 설명 선생님께서 무궁화로 코걸이 귀걸이도 만들어 주시고 이구아나도 만질 수 있게 해주시고 캐나다에서 왔다는 큰 솔방울도 보여주셨다. 설명이 끝난 후에는 평상에 누워서 비치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당연히 가야 하는 코스인 자갈치 시장도 방문하여 아이들 선택인 문어 한 마리와 광어 한 마리도 배불리 먹고 왔다. 옆에 붙어 있는 깡통 시장은 아이들이 방문하기에는 볼 것이 없었다.
송도 케이블카와 야간 다대포 분수 등 부산의 즐길 거리는 대부분 즐긴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한 부산 한 달 살기는 해보고 싶었던 무수한 것들을 뒤로하고 이렇게 4번을 돌고 길면서 짧게 끝났다.
한 달 동안 총 3차례의 지인 가족이 방문했고 시간 가는지 모르게 마음속 한편에 걱정을 몰아 놓고 쉬고 놀았다. 아이들은 필리핀에 있었던 것보다 더 새까맣게 탔고 더 신나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