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제도 관광 책자를 뒤적이는 일이었다.
아이들과 매일을 붙어있을 생각을 하니 넘치는 비글 텐션을 맞춰주기 위해 집 밖에 나가서 풀어 놓고 싶은 마음에 어딜 가야 할지 책자를 뒤적였다.
문제는 부산과는 다르게 거제도는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많지 않았다.
거제도 관광 책자에는 박물관도 많이 없고 과학관도 없고 공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아이를 어디로 데리고 다녀야 할지 막막한 채 거제도에서 첫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을 찾아보러 나오니 쿵쾅쿵쾅 노랫소리가 크게 들렸다.
가까이에 가수가 노래하는 듯한 소리에 궁금해하며 허기진 배부터 채우려고 굴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빨리 가게 문 닫고 와~ 맥주 공짜니까~"
식당 손님 한 분이 일하시는 이모에게 하는 말 중 공짜라는 소리에 귀가 번뜩 트이면서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아직 초 가을이어서 제철이 아닌 굴 국밥을 빠르게 마시고 노랫소리가 나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쏜살같이 달려갔다.
큼지막하게 야시장이 열린 사이로 진짜 맥주를 줄만 서면 공짜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대우조선에서 주최하는 회사 축제였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라 누구든 와서 맥주를 받아 가도 되었다. 우리 부부는 나누어주는 맥주 2개를 받아 들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사서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을 한참 동안 서서 보았다. 첫날부터 거제는 흥겹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몇 주 뒤, 또 다른 행사를 진행한다는 광고들이 온 동네를 도배했다.
그것도 2박 3일 연속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 축제 축제...
어쩌다 간 장승포항에서는 우리 가족이 거제도에 머물렀던 3개월 동안 5번 넘게 축제를 한 것 같다.
물론 핼러윈 축제도 거하게 열려서 야시장에서 맛있는 탕후루도 사 먹고 아이들은 바이킹도 타고 밤새도록 춤과 노래를 즐기고 클럽에 온 마냥 아이들과 웃고 뛰며 춤을 추었다.
아쉬운 것은 축제를 즐기느라 사진을 많이 남기 질 못했다.
어느 주말에는 가족축제가 열린다는 정보를 어린이집에서 듣고 아침부터 축제에 오픈런 했다.
10시 반에 시작하는 축제를 10시부터 방문하여 축제가 끝나는 시간까지 놀고먹고 체험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축제에서는 키다리 아저씨가 귀여운 풍선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마술사 아저씨가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극, 국악, 오페라, 부채춤, 사물놀이 등 여러 공연을 보며 밤 10시를 훌쩍 넘어 집에 간 적도 여러 번이다. 이렇게 축제가 많은 지역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모든 축제가 퀄리티는 굉장히 높은 반면에 참여하는 비용은 전액 무료였다.
가장 큰 축제를 방문한 것은 거제 섬 꽃 축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축제를 즐기며 국화꽃으로 예술을 만드는 거제의 가을은 우아하고 포근하게 깊어갔다.